은행 추가담보 요구 자금난 중기 옥죈다

입력 1998-03-21 14:28:00

칠곡에 있는 한 화섬직물업체는 지난해 10억여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물론 공장과 기계등 부동산 및 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대출이자도 꼬박꼬박 제때 갚아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으로부터 추가 담보를 제공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대출 보증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금들이 받는 보증수수료는 보증액(대출금)의 0.8%. 따라서 이 회사는 8백만~9백만원을 갑자기 마련해야 했다.

이 회사처럼 은행들의 이중담보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이 많다. 그래도 입도 벙긋못한다. IMF체제하에서 은행은 기업들에게 염라대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추가 담보요구로 지역 중소기업들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받은 담보부 보증액은 지난 17일 현재 5천5백89억원에 이른다. 기금들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 10억달러로 지난 1월12일부터 보증을 시작했다. 따라서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지역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한보증 수수료만 44억7천1백만원이나 된다는 얘기다. 운영자금에 쪼들리는 중소기업으로선 적잖은돈이다.

더욱이 기금들은 대출보증액이 15억원이상인 경우엔 보증수수료를 분기별로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하면서 15억원 미만인 경우는 일시 납부를 요구하고 있다. 대출보증액이 적은 영세기업일수록더 불리하도록 돼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술신용보증기금 대구지점 관계자는 "보증 금액에 관계없이 수수료를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결정돼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렇다면 은행들은 왜 이중담보를 요구하고 있을까. 국제결제은행(BIS)은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반영때 국내 부동산은 1백% 위험 자산으로 간주한다. 반면 기금들의 대출 보증을 받은 대출금은10%정도만 위험부담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부동산 담보가 많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은행들이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위해 기업들에게 이중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중소기업들은 이중 및 추가담보로 기금의 보증서를 요구하는 은행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기금들이 받는 보증수수료 면제를 요구하고있다. 하지만 기금과 은행측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기금측은 "은행과 계약할 때 수수료를 0.8%로약정하면서 기업의 대출 이자율을 그만큼 낮춰주도록 했다"며 책임을 은행으로 돌렸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일부 은행들이 기금의 보증서를 추가 요구하고 있는것으로 안다"면서 "대구은행은 신규 대출이나 담보 부족분에 대해서만 기금 보증서를 요구할 뿐기업에 이중 담보부담을 지운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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