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화제-슈퍼마켓 운영 진태한씨

입력 1998-03-21 14:57:00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을 나눠주던 열다섯살 빵배달 소년이 나이 마흔이 되도록 월셋방 신세를못 면하면서도 남을 돕는 기쁨으로 살아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대곡지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진태한씨(40·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이 동네사람들에게 마음좋은 아저씨로 통하는 진씨는 부녀회원들이 경로당을 방문할 때면 서슴지 않고라면과 음료수 등을 통째로 내준다. 그러나 진씨가 어린 시절부터 남을 도와왔다는 사실을 아는사람은 드물다.

열 다섯살 때 단 돈 2백80원을 들고 고향 군위에서 대구로 온 진씨. 처음 시작한 것은 빵 외판원. 아침에 2백개를 자전거에 싣고 나오면 20개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직업을 바꿔 버스, 택시운전기사도 했지만 '나'보다 형편이 못한 사람을 보는 눈길은 변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어려운 사람들을 소개해주면 성금도 내고 라면도 사줬다. 소년소녀가장, 생활보호대상자, 그리고 홀로 사는 장애인. '가난한 사람'의 마음은 '가난한 사람'만이 안다는믿음때문에 주머니 터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가진 것이 없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알몸뚱이로 태어나 아내도 얻고 자녀들도 3명이나 생겼어요. 슈퍼마켓도 있습니다. 이만하면 저는 부자이지요"

오랫동안 앓아온 '강직성 척추염'이 얼마전부터 악화돼 활동하기도 쉽지 않은 진씨지만 IMF 한파를 녹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빵 한봉지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마음'이란 믿음이 있기에 남돕는일이 일상이 돼 버렸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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