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주전 '계획'준비한 듯

입력 1998-03-21 00:00:00

북풍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권영해(權寧海) 전안기부장이 21일 새벽 검찰조사를 받던중할복 자살을 기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고 정보기관의 전임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인지, 조사에 앞서 주장해온 '억울함'을 항변하기 위한 것인지 그 동기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있다.

권씨의 이같은 행위는 사전에 주변 인물들이나 검찰수사 관계자들에게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지난 12일 권씨를 만났던 오제도(吳制道) 변호사는 "검찰조사를 받기전 권 전부장은 자신이 모두책임을 지겠다는 담담한 심경을 밝혔고 자살 기도를 예상할 만한 비장함은 느껴지지 않았었다"고말했다.

오변호사는 또 "권씨가 검찰에 출두하던 20일 오전 9시30분께 전화를 걸어 '검찰 조사를 받으러가는데 변호인단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한뒤 교회 장로답게 담담한 목소리로 '진상은 하나님이 다알고 계시지 않겠느냐, (일이 잘되도록) 기도하자'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권씨는 재미교포 윤홍준(尹泓俊·32·구속)씨의 김대중(金大中)후보 비방 기자회견 공작을 직접 지휘하고 25만달러(3억7천여만원상당)를 제공한 혐의 사실등을 순순히 자백, 수사 관계자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북풍수사 진행및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큰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오변호사는 "권씨가 '국가안보를 위해 충성을 다했는데 이런 사태를 맞게 돼 안타깝다', '북풍사건이 왜곡되게 알려져 억울하다', '국가에 충성을 다해온 대공수사의 베테랑 부하들이 구속되는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는 등의 심경을 토로했었다"고 전했다.

권씨는 북풍사건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던 때인 지난 7일 친지들과 함께 경북 경주 양남면 선영을찾아 묘소를 돌본 것으로 드러나 최소한 2주일여전에 자살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권씨가 문방용 칼을 몰래 가지고 온 점과 새벽 4시쯤 진술서작성을 완성하고 자구 수정을 하던 틈을 노린 점을 감안할때 사전에 치밀한 자살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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