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중 소지흉기로 권영해씨 할복

입력 1998-03-21 00:00:00

북풍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권영해(權寧海) 전안기부장이 21일 새벽4시40분께 서울지검 본청 11층 특별조사실내 화장실에서 미리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할복, 자살을기도했다.

권씨는 복부 출혈이 심해 새벽5시20분께 인근 서울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오전8시께부터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할복 자살기도로 권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당분간 전면 중단되게 됐다.권씨는 이날 오전 4시께 1차 신문이 마무리된뒤 권씨가 신문조서 자구수정을 요구, 컴퓨터로 수정 출력하던중 화장실로 들어가 성경책속에 숨겨왔던 칼집없는 커터칼날로 할복을 기도했다.검찰은 소환된 권씨가 가죽가방속에 유리와 성경등을 숨겨 들어왔으나 전직 안기부장인 권씨의명예와 인격을 감안, 정밀 몸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피의자 검색등 수사에 허점에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원치 남부지청장은 이와 관련,서울지검 기자실에서 권씨의 자해기도및 향후수사 대책등에 대해설명했다.

권씨는 할복당시 화장실에서 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변기 위뚜껑 사기부분을 떼어내 세면대에내리치며 고함을 지르는등 소동이 빚어졌으며 권씨의 고함을 들은 검찰 직원들이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이를 제지한뒤 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특별조사실엔 신상규 남부지청 형사5부장검사과 수사검사 2명, 수사관 6명등 검찰관계자 9명이 신문을 진행하고 있었다.

권씨는 소환된 20일 밤 9시께 '예배를 드리고 싶다'며 수사검사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했으며 검찰직원 1명이 남아 지키고 있었으나 기도도중 성경책속에 있던 커터칼날을 꺼내 몸속에숨겨 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성모병원측은 권씨가 할복당시 복부 핏줄을 건드려 출혈이 심한 상태이나 생명엔 큰 지장이없다고 설명했다.

김원치 남부지청장은 "혐의사실에 대해 본인이 대체로 자백하고 있어 권씨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최종 결론이 나면 공개하겠다"고 말해 이날중 일단 영장을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한편 검찰은 권씨가 재미교포 윤홍준씨(32.구속)의 김대중후보 비방 기자회견공작과 관련, 지난해12월 7일 오전 8시께 안기부장 공관에서 이대성 전해외조사실장에게 5만달러를 주며 윤씨의 기자회견을 독려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권씨는 이어 윤씨에게 공작 수고비 명목으로 20만달러를 추가로 제공했으며 권씨는 기자회견 공작 사실을 순순히 시인하고 기자회견 내용도 일부가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권씨는 그러나 기자회견 공작의 구체적인 동기나 정치권등 여타 배후 세력이 있는지 여부등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북한 커넥션' 극비 문서와 오익제씨 편지 공작 사건등과 관련, 권씨에 대해 구체적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아 진상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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