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퀵서비스 오토바이택배원 박철한씨(38)는 오늘도 빵 한 봉지와 우유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본부에서 날아드는 무전을 따라 대구 시내를 주름잡고 다니다보면 점심놓치기가 드문 일은아니다. 택배를 시작한 지 3개월. 회사 배달원 가운데 한참 막내뻘이지만 나이로는 두번째 고참이다. 그만큼 나이 들어 뒤늦게 시작한 일이다.
박씨는 지난해 8월 10년 넘게 다니던 염색공장에서 쫓겨났다. 억울하고 황당했다. 뭘 해야 할 지막막했다.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간뒤 아내마저 돈 벌겠다고 나가버리면 혼자 집을 봐야 했다.실직자란 신세가 그토록 처량하고 비참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잡고 새 일자리를 구해봤지만 나이 마흔을 코 앞에 둔 박씨를 채용할 기업체는 없었다.
그러던 중 박씨의 눈에 띈 것이 오토바이택배. 나이도 필요없고 자기 오토바이만 몰고 가면 할수 있었다. 공장 다니며 출퇴근때 오토바이를 탔던 그는 '이것도 팔자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위험하다며 극구 반대하는 아내를 가까스로 설득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직 배달원 초보인 박씨가 한달에 버는 수입은 1백50만원 정도. 많이 뛰는 배달원은 그만큼 더많이 번다. 박씨는 "IMF 시대에 이 정도 수입이 어디냐"며 내심 자랑이다.
그러나 오토바이택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8시까지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타고 다녀야 한다. 특히 비오는 날은 질색이다. 위험한 건 물론이거니와 서글프기 한량 없다. 그나마 박씨에게 보람을 주는 건 배달받는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과 웃음이다. 꽃이나 선물을 배달할 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실직한 뒤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소중한 줄 미처 몰랐거든요. 좀더경험을 쌓은 뒤에 직접 영업소를 차릴 생각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원자력 석학의 일침 "원전 매국 계약? '매국 보도'였다"
김문수 "전한길 아닌 한동훈 공천"…장동혁 "尹 접견 약속 지킬 것"
조국 '된장찌개 논란'에 "괴상한 비방…속 꼬인 사람들 얘기 대응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