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의 북한 커넥션 밝혀야

입력 1998-03-18 00:00:00

구여권의 '북풍(北風)조작'진상조사가 정치권 전체의 북한커넥션의혹으로 번지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정권이 바뀌면 음으로 양으로 박해나 피해를 당한 당사자쪽에서 그 내용을 밝혀 다시는국가안보문제를 정치에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것이 백번 옳은 것이다. 그래서 만약 구여권이당시의 야당후보를 음해했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안보문제를 악용했다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북풍조작에 대선당시의 여야후보측이 모두 가담된 듯한 문건이 폭로됨으로써 사태는 매우심각한 국면을 맞게 됐다. 여야가 다같이 북한을 대선분위기에 이용하려했거나 북과 연계했다는내용의 문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사실 안기부 전간부가 북풍조작에 연루돼 구속되기직전 여당부총재에게 문건을 넘겼다는 사실자체가 그 동기와 과정상 미심쩍은 점이 없지 않다. 구속된 안기부간부는 해외공작분야의 베테랑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오랜 경험의 정보맨이 어떻게 국가기밀을 정치인에게 넘겨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기밀이 끝까지 기밀로 남지않게되면 정보활동의 종합적 중추기관인 안기부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안기부간부가 책임회피에 급급한 상부에 대한 배신감, 또는 조사기관에 대한 협박용으로 공개한것인지, 폭로동기부터 철저한 규명이 있어야겠다. 다음으로는 이왕 이 문제가 정치권전체로 비화(飛火)되고 있는 이상 문건전체의 공개와 함께 사실여부확인 작업을 빨리 해야 한다. 첩보수준의것인지,아니면 사실기록인지를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야당에만 불리한 내용을 흘리는 듯한 태도는 좋지 않다. 전 안기부장도 '문건'의 공개로 입게될 국가안보측면의 손실등 국익을 강조하면서처벌받을 일이 있으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점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과거 정권때도 특수분야에서 일하는 전문인들이 집권초기에 물갈이 명분에 밀려 퇴직당하는 예를 많이 보아왔다. 이번에도 북한커넥션의혹규명 과정에서 중하위 전문실무자들만 인사피해를 당하는 일은없도록 고도의 분별력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당리당략적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안보문제를 이용한 정치놀음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깊이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 안기부의 시스템자체개혁에 초점을 맞추는대국적 입장을 가져야하리라 본다.

실업대책등 산적한 민생현안에 여야 모두 진력(盡力)하면서 북한커넥션의혹을 조용한 가운데 철저히 규명하는 일에 합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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