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 경쟁 탐색전

입력 1998-03-17 15:29:00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감정대립이 드디어 의원총회라는 공개석상에서 노출됐다.

여야 대치정국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가다듬기만 하던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김윤환(金潤煥)고문 콤비진영의 윤원중(尹源重)의원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순(趙淳)총재와이한동(李漢東)대표진영은 묵묵히 듣고만 있어 공방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윤의원의 발언을 일과성으로만 볼 수 없는 징후는 당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윤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김고문의 심복이다. 그는 또 이명예총재의 비서실장과 부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때문에 윤의원은 당내에서 이명예총재와 김고문의 의중을 가장 잘 전달하는 사람으로손꼽힌다.

이-김 콤비진영에서는 총재경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준비작업은 이미 완료상태다. 현 체제 고수파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두 세력의 첨예한 대립구도 속에 이기택(李基澤)고문과 김덕룡(金德龍)의원 그리고 민주계 인사들은 관망자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선불가론에 더 가깝다.

그러나 당권파 내지 현체제 고수론자들의 응집력은 이-김콤비 진영에 못 미친다. 이-김 콤비 진영 특히 김고문측은 "중도파를 충분히 끌어 들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경선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갈라설 수 밖에 없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다 그동안 잠행을 거듭하던 이명예총재 역시 총재경선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16일 경북 문경.예천 지구당행사에 참석,"총재는 경선을 하고 부총재는 총재 지명형식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이날 발언은 대대적인 조-이라인의 현 지도부에 대한 압박작전의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편 당권파측은 "경선의 후유증은 생각지도 않고 경선을 하자는 것은 당을 깨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서명운동을 벌인다지만 과반수를 넘길 수 있겠느냐"고 세의 우세를 자신했다. 이대표의한 측근은 "그러나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는 경선후유증을 우려,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전당대회를미뤄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고 초.재선들 사이에서도 이런 우려가 적지 않다"고 이-김 콤비의 경선론을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은 대선패배 이후 아직 체제정비를 마무리하지 못한 한나라당을 한바탕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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