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여중의 아침 자율학습

입력 1998-03-17 14:07:00

대구시 동구 입석여중 학생들은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꿈을 키운다. 다른 학교 친구들이 영어 수학 공부를 하거나 이 책 저 책을 뒤지며 성적 걱정을 할 시각. 그러나 그들 손에는 영어 수학 문제집 대신 안네의 일기, 반갑다 논리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등이 들려 있다. 이해력이 다소 떨어져 동화책을 읽는 친구도 있다.

3년 효선이(15)는 나이팅게일을 읽고 감동해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문영이(15·3년)는 상록수의 채영신을 닮아 옳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실천하는 현명한 여인을 꿈꾼다. 단순하고이기적이었던 민진이(14·2년)는 책을 읽으면서 성숙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했다.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은 학교가 지난해 독서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 '밥만 먹으면돼지가 되고 책을 읽어야 사람이 된다'고 믿는 김두환교장(63)과 김득순교사(48·국어)의 믿음이밑거름. 학급엔 작은 도서실, 복도엔 독서대가 마련됐다.

처음엔 대부분 억지로 책을 읽었으나 이젠 휴식시간에도 복도 한 켠에 놓여진 독서대나 책상에앉아 아침에 읽다만 책을 드는 학생들이 많고, 토요일이면 밤 새워 책을 읽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자녀 덕분에 독서를 즐기게 된 학부모도 적지않다.

책이 막혔던 대화의 매개물이자 물꼬. 남산여고에 진학한 사격부 출신 형호(16)는 친구가 적었으나 책 얘기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은애(14-2년)는 바빠 대화가 적은 아빠 엄마와 책 얘기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미국 TV토크쇼 스타 오프라 윈프리(44)가 마약까지 손댔던 문제아였다 책에서 길을 찾아 성공했던 것 처럼 입석여중에도 문제아가 줄고 있다 한다. 학생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행동이 신중해진덕택.

독서의 위력을 실감한 입석여중은 새학기부터 'TV 끄기'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그시간에 책을 읽도록 한다는 것.

김득순교사는 "동학사 인근의 남매탑도 얽힌 전설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돌덩이 일 뿐"이라며"TV를 없애는 학부모는 위대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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