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낙하산 人事하려는가

입력 1998-03-16 00:00:00

새 정부가 6·25이후 최대국난기에 출범한데다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로 집권세력 스스로의 구(舊)정권과의 차별화 홍보가 아니더라도 전(前)정부와는 달라야한다는 국민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인사는 여러면에서 과거 정부와 닮은데가 많아 여간 실망스러운게 아니다.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말썽을 빚은 장관들과 정치인 중심의 조각으로 참신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지적된 내각인사와 호남(湖南)지역에 편중된 권력핵심인사가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 산하기관및 단체장, 공기업인사도 종래와 같이 낙하산 인사로 마무리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정부 산하 공기업과 기관·단체장자리를 두고 낙하산인사로 차지하기 위해 새정권 공신들과 당관료들이로비를 치열하게 벌이는 바람에 정부의 1급 인사가 주춤거리고 장관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때문에 초미의 현안문제를 두고도 행정공백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산하공기업, 기관·단체인사는 결국 경제위기극복과는 거리가 먼 집권경쟁의 전리품분배를 방불케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들의 이런 인사행태는 전문성과 도덕성이 부족한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킴으로써 부패비리·경쟁력저하·적자폭증대로 국고손실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제 또 이같은 전리품분배 방식과 유사한 인사가 단행된다면 IMF시대에 정부가 솔선해서 경쟁력을 높이지는 못할망정되레 경쟁력을 선도해서 낮추는 꼴이 된다.

물론 낙하산식 인사로도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인물을 고를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는 설사 그러한 인물이 임명됐다해도 정치적 인사의 배경때문에 올수있는 눈치보기와 간섭으로인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번 포철(浦鐵)인사와 관련 정부가 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에게 새경영진인사결정을 위임하고 그에따라 과거 뇌물죄의 전력이 있는 인물을 내정했다는 소식은 께름칙하다. 현재도 포철의 경쟁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있는 판에 단순히 전문성이있다고해서 시민단체들이 도덕성을 문제삼아 기피하는 인물을 정치적 결정으로 천거한다는 것은포철의 앞날을 우려케한다. 이런 인사에서 과연 포철의 새로 탄생될 경영진이 자민련등 여권정치세력과의 정치자금과 관련, 정경유착의 의심을 벗어날 수 있을지 묻고싶다. 다음 정권에선 이런경영진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도 착잡하다.

지금부터 정부산하 기관·단체장 인사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부패와 부조리, 비능률을되풀이 하지않고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전문성과 경영능력에 입각한 공채방식등 투명한 인사방식을 택해야 한다. 기관·단체장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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