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회고록서 비판

입력 1998-03-14 00:00:00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자신의 회고록 '이 땅에 태어나서-나의 살아온 이야기'(솔출판사)를 곧 펴낸다.

13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그동안 정명예회장에 관한 책들이 여럿 나왔지만 그가 1년여에 걸쳐 자신의 삶을 직접 정리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김영삼(金泳三)정부는 '신한국'이니 '세계화'니 하며 빛좋은 개살구같은 허랑한 말로써 피땀흘려 벌어들인 달러를 마구 낭비하게끔 부추겼고 더욱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달러를 빚으로 끌어다가 국민경제를 망쳤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 "김영삼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그 어느 군사정권때보다 깊고 거세다"면서 "나는이제 모든 미움을 거두고 오히려 '나라를 부도낸 정권'으로 역사속에 영원히 남을 저들(문민정권)에게 인간적인 측은한 마음을 갖는다"고 밝혔다.

또 "기업을 하면서 수많은 정치지도자, 정치인을 만났지만 존경할 만한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만났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런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정치였기 때문에 외국언론으로부터 '포니 수준을 못 따라오는 한국의 정치수준'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권력은 무분별, 무경우, 무소신,무경험, 몰염치, 무능력이 전부였다.나라는 산으로 가든 말든, 강으로 가든 말든,밤이나 낮이나 자기네들끼리 세력다툼밖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걸핏하면 세무조사에, 걸핏하면 협박에, 또한 꼬박꼬박 바쳐야 하는 정치자금에, 기업 입장에서는 무섭기도 엄청나게 무서웠다. 6공 노태우(盧泰愚)정권에 들어서는 더더구나 기업활동하기가 힘들어졌다. 성금이라는 명목의 정치자금은 정권이 바뀔수록 단위가커져갔는데 미움을 받지 않으려면 뭉텅이로 돈을 바쳐야 했다. 6공에는 3백억원의 돈을 바치고도 1990년도의 불공평한 세무조사 이후 나는 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며 역대정권과 정치자금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정명예회장은 회고록 말미에서 "5년 전 내가 낙선한 것은 나의 실패가 아니라 YS를 선택했던 국민들의 실패이며 나라를 이 지경으로 끌고온 YS의 실패이다. 나는 그저 선거에 나가뽑히지 못했을 뿐이다. 후회는 없다"면서 "타고난 일꾼으로서 지금의 나는 아직 늙었다고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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