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총리문제 憲訴는 정치부재

입력 1998-03-11 00:00:00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의 서리체제가 끝내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에 맡겨져 여야(與野)의 정치력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표결중단된 김총리서리의 총리직수행을 위헌(違憲)이라 보고 헌재(憲裁)에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총리서리 효력정지 및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한 것이다. 헌정사에서 총리임명동의와 관련 정치권이 대통령을 상대로 이같은 사법적 판단을 구한것은 처음 있는 일로써 여야의 정치력 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유야 어디있든입법부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율성을 상실하고 사법부의 견제를 자청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새 대통령이 정부구성 과정에 첫 총리를 임명하면서 야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것은 여당의 정치적 역량 부족을 말해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어쨌든 총리인준문제가 사법적 시비로까지 비화한 이상 야당이 이를 포기하지 않는 한 헌재가 최종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러한 상황으로까지 몰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미 우리는 총리임명문제로 사법적 판단을 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일때부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바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원점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한다. 정치는 어차피 대화와 타협이다. 여당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는 무조건 인준해야 한다는 입장에 유연성을 가져야 하고 야당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한 태도로 협상하지 않으면 결국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극단적 대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치권이 처리해야할 과제가 총리임명등의안뿐만은 아니다. 추경예산,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국회조직개편등 다급한 현안이 숱하다. 더욱이 외환위기가 정치권의 이같은 구태(舊態) 연출로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것은 정치권의 망국적 작태로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추경예산처리지연으로 구조조정과 불황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구호대책없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은 국회와 정치권이 원망의 표적으로 굳어지게 한다.

다행히 여야가 총리인준문제를 경제·민생현안과 분리처리할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정치문제를법정으로 끌고가는 대치상황에서 낙관할 수 만은 없다. 총리문제를 풀수없다면 적어도 추경예산등 민생·경제관련 문제만이라도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총리인준문제도 어떻게 해서든 정치력으로 풀어야한다. 국난극복을 위해 노·사·정 대타협도 이뤄내는 판에 여야가 국난을 심화시키는 정쟁(政爭)을 중지할 수 없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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