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금융 문제 신경쓸 때

입력 1998-03-10 15:04:00

우리나라 외채가 1월말 현재 1천 5백12억달러로 지난해 연말보다 32억달러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국가외환위기의 핵으로 떠오른 단기외채의 비중은 작년말 44.3%에서 42.3%로 낮아져외채구조가 다소 장기채중심으로 개선 됐다. 이는 단기외채의 연장률 증가와 함께 우리 외환위기를 한숨 돌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외환위기가 진정된 것은 아니다.왜냐하면 이번에는 기업들이 해외현지에서 빌린 현지금융규모가 5백32억달러로 밝혀져 이부분의처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위기가 순탄하게 풀려나갈수 있을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지 금융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가 시작될때부터 문제가 되었으나 더 급한 국가부도위기가 있어 그에 가려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을뿐이었다.

기업들의 현지금융은 문민정부시대 세계화구호와 함께 바람직한 양상으로 정부에 의해 적극 지원되었으며 우리기업도 높아져만 가는 인건비부담등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 나갔었다. 세계적으로도 선진국들은 모두 해외생산비중을 늘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해외생산비중이 높은스위스의 경우는 국민총생산(GNP)에 차지하는 해외생산비중이 81%나 되고 미국도 23%이나 우리는 95년현재 4%수준이었다. 따라서 이를 탓할수만은 없다.

다만 해외활동이 성공적이었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불행히도 이문제에 있어서는 현재까지는 한두개 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로 볼수 있을 정도로 부진한 편이다. 특히 미국 전자업체를 인수한 경우는 거의 실패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험도 없이 남이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무모하게 투자를 한 결과이다. 이러한 실패가 본국의 외환위기발생의 영향으로 현지에서도신규차입이 끊기자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 있는 본사에서 메워줄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재경부는 현재 우리나라가무역흑자가 나도 달러값이 내리지 않고 계속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러한 기업측면의 달러 움직임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어떻든 기업의 해외투자실패는 결국 기업자체의 책임에 그치지 않고 나라의 대외신용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지는 못할 입장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업의 해외부채의 경우는 IMF영향등으로 나라에서 보증을 사실상 못해 주게 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직접 지원은 불가능 할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수출을 늘릴수 있게 각종 규제 완화를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조조정도 자율적으로 빨리 진행될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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