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매일시론 이정우교수 '인재…'에 부쳐

입력 1998-03-09 15:23:00

3월6일자 매일시론에서 이정우교수는 '인재지역할당제는 옳지 않다'고 하였다.이정우교수는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이므로 독자들께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것으로 생각된다. 이 점을 우려하여 간략한 반론을 펴려고 한다.

중앙요직 대부분 서울사람

며칠 전 필자는 국내 대학간 교수 교류 신청을 심사하는 회의에 참석하였다. 이 교류제도는,연구환경이 좋지 않은 대학의 교수들이 1년간 국내의 다른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당연히 지방대학 교수의 신청이 많아 전체의 6분의5를 차지하였다. 그런데심사위원은 지방대학교수가 6분의1에 불과했다.

매사가 이런식이다. 지난 대선에서 중요 정당 후보는 모두 서울사람이었다. 새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총리, 감사원장, 17개부 장관, 안기부장 등도 모두 서울사람이다.

이때 서울사람이란 활동무대가 서울인 사람, 베개를 서울(내지 수도권)에 두는 사람, (선거득표와 무관한 경우라면)낙동강이나 영산강의 오염보다 한강 오염에 더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마저도 실은 대부분 서울사람이다.

실질적 기회균등 보장

이처럼 우리나라는 서울사람이 완전히 잡고 있다. 지방사람의 중앙 진출 기회는, 형식상 평등하다고 해도 사실상은 거의 박탈되어 있다. 서울사람은 '지방사람은 중앙에서 돌아가는사정을 잘 모르니까 아무래도 서울사람이 더 나을 것 아닌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클린턴씨가 워싱턴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에 흠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인재지역할당제는 어느 지역에 살건 국가적 인재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보장하자는 제도이다. 이정우교수는 여성을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우대하는 제도(여성고용목표제)가, 형식상으로는 불공평하지만,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임을인정하고 있다. 인재지역할당제도 그와 같다.

물론 지방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이교수의 지적대로 지방을 발전시키고 지방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런 예산확보는 현 여건상 불가능하다. 반면에 인재지역할당제는 한 푼의 예산도 들지 않으면서 효과는 큰 방법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대학입시에도 적용을

인재지역할당제를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이정우교수가 제안하듯이)대기업의 입사시험에까지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대학입시에도 이제도의 취지를 확대 적용하면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예를들어 서울대가 고교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어느 지역 어느 고등학교에다니는 학생이든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균등해진다.

그렇게 되면 자녀교육을 위해 인구가 서울로 몰리는 문제가 크게 완화될 것이고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을 오전 7시부터 밤11시까지 붙들어 놓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인재지역할당제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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