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안기부장 발탁배경

입력 1998-03-05 00:0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이종찬(李鍾贊)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권력의 핵인 안기부장에임명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거대 공룡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안기부장은 안기부출신으로 내부사정을 잘아는 인물이기 때문에 대대적인개편에 적격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잘 알아야 개혁도 잘 한다는 논리다.박지원(朴智元)청와대대변인도 발탁배경과 관련, "안기부 내부사정을 잘알아 국내정치 개입을 막을 수 있고 국제적 감각을 갖춰 새 시대에 맞는 안기부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할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부장의 취임으로 이제 안기부는 개혁의 도마위에 섰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작업이 강도높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국내정치와 관련된 인력과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알려졌다. 이미 김현철(金賢哲)씨 인맥 등 국내정치에 개입해온 인맥을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최근 대선때 북풍공작이 사실로 드러나 조만간 이들에 대한 숙정이 예상된다.향후 안기부 활동방향은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기능과 경제정보수집 강화쪽으로 나아갈것으로 전망된다. 수사권도 대공수사에 한정되는 등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갈 듯하다.이부장은 안정감을 주는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조승형(趙昇衡)헌법재판관의 경우 자민련에서 반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도 "최근 가장 잘 된인사"라며 반색했다.

청와대내에서도 이부장의 발탁은 여소야대정국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도 있다.이부장은 구여권인사로 야당과의 대화도 쉬운 편이다.

한편 정가에서는 이부장은 당초 서울시장자리나 당권을 노렸으나 동교동측에서 밀어 냈다는분석도 있다. 어쨌든 김대통령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안기부장마저 호남인맥이 차지했을 때 제기될 비판도 염두에 두었을 법하다.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