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적도매상 줄줄이 도산

입력 1998-03-04 14:25:00

출판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적도매상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더니 올들어서는 지난 2월 전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매상 송인서림이 도산한데 이어 2일 우리나라 최대의 도매상 보문당이 최종부도처리됐다.

나라전체가 부도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어서 출판 유통계의 부도사태는 일반국민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하고 있지만 송인에 이은 보문당의 부도는 우리나라 출판산업의 최대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내 서적도매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97년 매출액이 5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보문당은 2천여개 출판사, 2천7백여개 서점과 거래해왔는데 이번 부도로 보문당에 책판매를 위탁해온 출판사들은 2백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출판사들에게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대의 경제적 손실은 치명적이다. 특히 지난해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보문당의 부도 여파는 출판사 뿐 아니라 서점, 인쇄점, 제지업 등에까지 미쳐 연쇄부도사태를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특히 지역 출판유통계에 극심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출판유통계는 1만2천여개 출판사가 80여 도매상과 거래를 하고 그 도매상이다시 5천3백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복잡다기하고 중복된 구조를 갖고있다. 유통의 중추기능을 맡아야 할 도매기구는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매를 겸업하고 있고, 영세규모로 인해 도매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할인점과 대여점의 지속적인 증가와 참고서 시장의 축소로 인한 소매상의 위축이 유통업계의 어려움에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대도시 소매서점들이 대형화하면서 출판사와 직거래, 물류비용의 부담이 커졌을 뿐 아니라 진열과 거래에서 과도한 경쟁을 빚은 것이 도매상들의 부도에 원인을 제공한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도매상들의 연쇄부도사태에 대해 출판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를 계기로합리적인 유통구조가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확실한 대형 도매자본에 대한 지원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져 도매마케팅을 전담시키거나 출판사들이 콘소시엄을 형성해 생산과 판매를일치시키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우리 국가사회의 토대를 구축하는 문화인프라로서 출판문화산업을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것이 출판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새 정부가 '책은 문화의 근본'임을인식하고 긴급자금을 융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출판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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