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이야기-먹이사슬의 단절

입력 1998-03-03 14:15:00

생물권에 연간 도달하는 태양에너지 약 1백만㎉/㎡중 반 정도가 지표의 녹색 식물층에 흡수되고그 중에서 평균 1%(5천㎉/㎡)정도가 광합성에 의해 유기물로 합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생물권의생태계는 매우 다양해 유기물합성량(1차 생산량)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중 일반적인 초원이나 전통농경지 경우에는 1차 생산량이 연간 1천~1만㎉/㎡ 정도 된다. 그런데 이 지역에 소를 방목하는것으로 가정하면 생산될 수 있는 고기 양(2차 생산량)은 1차 생산량의 1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에너지가 먹이사슬의 영양단계(풀 초식동물)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쓸모없는 에너지로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농촌의 소는 농사 일꾼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사람의식량을 넘보지는 않았다. 겨울에 농삿일이 없을 때는 짚, 건초, 때로는 콩깍지등으로 만든 여물을먹었고 여름이면 주변 야산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었던 것이다. 이제 이 소는 좁은 울타리안에 갇힌 채 쇠고기로 팔리기 위해 비싼 사료로 사육되고 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사료의 주 원료가 옥수수, 콩등과 같은 곡식들이라는 점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하는에너지 면에서 보면 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곡식 10㎏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같은 면적의 농토에서 생산되는 곡식을 먹는 경우와 이 곡식을 사료로 이용하여 쇠고기를 생산하여 먹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에 어느 쪽이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을까?

배고파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료로 키우는 한국산 쇠고기를 먹는다는게 참으로 죄스러운일이지만 수입 쇠고기를 먹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못할 짓이다. 초원이라는 자연생태계에 적절한 수의 소를 방목한다면 무슨 문제이겠는가마는 문제는 값싸게 쇠고기를 얻기 위해 광대한 숲을벌목하여 방목한다는 점이다. 지난 50년간 중앙아메리카 열대숲의 3분의2이상이 사라져 버린 주요 원인중 하나가 방목을 위해서, 또는 사료로 쓸 콩을 재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아마존열대숲의 파괴원인중 약 30%가 목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열대지역의 숲을 베어내고 조성된 목장은 5~10년 정도 지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지나친 방목등으로 인해 토양의 양분이 소실되어 더 이상 풀이 자라지 못하는 불모의 땅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다른 지역의 광대한 숲을 베어내고 새로운 목장을 조성한다. 우리가 1백㎏짜리 수입 쇠고기 한 조각을입에 넣을 때마다 5㎡ 면적의 5백㎏ 상당의 숲이 사라지는 셈이 된다고 한다.

쇠고기 한 조각이 사람의 식량을 축내고 열대림까지 여지없이 없애버린다는 점에서 쇠고기 소비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류 승 원

〈영남자연생태보전회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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