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관치인사인가

입력 1998-03-02 15:26:00

지난달말에 치러진 우리나라 은행들의 주주총회는 여느때와는 달리 엄청난 국민적 관심을끌었다. 그것은 과연 우리 경제의 숙원이었던 관치금융이 사라지고 자율인사가 보장되는가아닌가 하는 장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경영의 자율성보장은 국민의 정부하에서 만들어진 사실상의 첫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다. 비록 이번주총에서 소액주주의 입김이 세졌고 기대했던 임원의 규모가 축소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은행자율경영의 요체인 인사의 자율성이 보장되지못했기 때문이다. 각 언론보도에 의하면 "겉으로는 인사청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장들은 예년처럼 인사 청탁에 시달렸다"는 은행관계자의 고백이 있고 보면 과연 인사에 관한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적자를 낸 은행장들도대다수 연임되어 책임경영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대통령마저 "은행경영 실적에 은행장이 책임지는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은행인사에 대한 직접 개입이다. 재경원은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인사에 개입했다. 이에대해 박지원청와대대변인은 주주권을 행사한 것이고 다만 "사사롭게 이뤄진 것이라면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서울은행경우 정부는 주식을 94%나 소유하는 대주주이므로 얼마든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또 합법적이다. 또 재경원도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법성의 문제가 아니다. 관치금융의 폐해가 어디서 부터 출발하며 근본적인문제에서 민영화는 왜 진전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단박 합법성의 문제는 그야말로 지엽적인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의 큰흐름으로 보아 이제 경제에 대한 관의 개입은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단계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를 일으킨 관치경제가 이제는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그많은 부실대출도 결국은 금융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한데서 온 것이라는결론이 이미 나있는 상태가 아닌가.

우리는 지난 문민정부시절 금융의 자율화를 위해 은행장 추천위원회를 만들고는 그 추천위원회 자체를 정부가 주도해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전례를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역사는 반복된다고 해도 지금 이 경제위기에서는 반복되어서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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