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리는것 처럼 어려운일은 없다. 반대로 운명에 시달려 피폐해진 사람들을 다스리는것 처럼 쉬 운일은 없다'이말이 맞다면 새대통령과 국민정부는 당분간 정치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게 됐다는 생각을 해볼수 있다.
IMF사태이전,국민소득 1만달러 시절 까지만 해도 한국의 웬만한 월급쟁이들 조차'나도 그런대로 부유한 중산층이다'는 만족과 자부심을 가졌던게 우리사회의 솔직한 분위기였다. 그저 아파트 한 채 갖고 있는 정도만 돼도 억대 부자를 자처하고 그래서 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유난히 컸 고 배부른 요구도 많았고,직종별·단체별 집단 이기주의도 드셌다. 그만큼 정치는 상대적으로 다 수 중산층의 요구를 챙기고 집단이기심의 비위를 맞춰가느라 수월치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중산층들이 모래 까치집처럼 맥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국민소득 6천달러 그것도 언제 다 갚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에서 자고나면 값이 떨어지는 집 한채 정도 갖고서는 이제 더이상 중산층이라고 큰소리 치는것은 허세라는것을 깨달아야 하게됐다. 더구나 중산층들의 빈곤층으로의 몰락과 함께 중산층 진입의 꿈을 안고 거의 문턱까지 올라왔던 30대 초반중심의 준중산층 계층까지 사다리를 나꿔채이듯 다시 밑바닥으로 추 락당하고 있다.
IMF지원이전까지 60%의 중산층을 안고있던 멕시코가 IMF사태를 겪으면서 상류층20%,빈곤층 70%,중산층10%라는 기형적인 구조로 돌아가 버렸듯이 우리도 호리병 모양의 계층 비율 부조화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것이다. 다수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몰락해 간다는것은 IMF라는 '운명의 시 련에 시달려 피폐해진' 계층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얘기도 된다. 따라서 플루타크 영웅전의 관점 대로라면 이제부터는 정치하기가 더 쉬워졌지않느냐는 생각을 해볼수있는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중산층이 몰락하게 되면 당장 빈곤층부터 두꺼워 진다. 이것은 앞서 인용된 수치대로 IMF위기를 거쳐온 멕시코가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극소수 상류층은 더욱 단단하게 고착되면서 사라지는건 중산층뿐 피폐한 빈곤층이 상류층과 양분돼 대립 하는 위험한 양상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
물론 일부 중산층의 몰락은 누가 붕괴시킨게 아니라 IMF에 의해 거품이 빠지면서 자연스레 아래 쪽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없잖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리해고등 강경한 처방들이 '불가피한 선택'으로 허용되면서 중산층의 몰락이 과도하고 광범위하고 또 급속하게 진 전되게 두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일이다. 건실한 중산층 붕괴를 최소화하는 정책적 배려가 경제 적 측면에만 기울어진 듯한 IMF위기극복자세 못잖게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돼야할 때다. 기존의 빈곤층은 희망속에 견딜수 있는 내성과 저항력이라도 있지만 위로부터 몰락해온 빈곤층의 불만은 세력화되고 조직화될 요소가 많고 그렇게되면 또다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IMF명분에 밀려 중산층을 과도하게 파괴시키게 되는 정책들이 남용되면 자칫 교각살우가 될 수 있음을 경계 해야한다. 결국 IMF를 뚫고 나갈 저력을 지니고 있는 세력은 중산층들인 수많은 근로자,중소기업 인,자영업 종사자들이다. 그들을 너무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붙이지 않는 정책배려가 요구된다. 운 명이 아닌 기울어진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밀려나 피폐된 계층이 됐다'고 믿는 계층은 스스로 부유하다고 믿는 계층보다 더 다스리기가 어려운 법이다.
金廷吉(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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