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보식보다는 제식을

입력 1998-02-27 15:15:00

몸이 허약해질까 봐 보신되는 음식물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보릿고개 하루 세 끼조차 먹기 힘든 세월이 아닌 바에야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또한 먹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극빈국에 태어나지 않은 이상 우리는 몸을 보하기 보다는 빼는 쪽이 더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우리는 살을 빼기 위해 헬스 클럽을 찾아가 돈을 내고 중노동 아닌 중노동을 하고 있다. 또 정신없이 몸을 흔들어 춤을 추며 살을 빼느라 허덕이고 있다. 호사스럽기 짝이 없고 가엾기 그지없는 일들이 문명국 도시에서 번지는 현상들이다. 많이 먹느라고 애쓰고, 먹은 살을 빼느라고 애쓰고, 그 돈을 벌어들이느라고 애쓰고, 먹는 값만 벌면 될 것을 빼는 값까지 버느라고 애쓴다. 그러자니 신경을 더 많이 써서 신경증(노이로제)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많은 음식을 장시간 앉아 먹으면서 다(茶)를 음미하면서 수없이 엽차를 마시는데 이것은 기름기를 씻어 내리면서 음식을 먹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서양 사람들도 커피나 쥬스 등을 식사와 같이 하면서 육식의 느끼함을 제거해 내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옛날 우리 조상들은 고사를 지낼 때 돼지 머리를 삶아 놓거나 편육을 해서 놓고 제사를 지낸다음 떡이나 술 또는 기타 음식과 함께 돼지고기를 먹어서 과다하게 복용한 음식을 설사시키는 슬기를 발휘했었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날까봐 제(除)하는 음식도 같이 먹게 해서 탈나는 것을 예방했던 것이다. 제육(祭肉)이란 이처럼 제사를 드리는 뜻 외에 제육(除肉)의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과식했을 때의 설사는 병이 아니고 약이됨을 알고 행한 슬기에서 비롯된 방법인 것이다.

요즈음은 끼니를 굶는 결식이 많다. 시간이 없고 삶이 바빠서, 또는 비만이 싫어서 결식하게 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식량을 절약해야 될 명제 앞에서라면 몰라도 건강을 위해 결식을 해야 한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는 얘기가 된다. 바른 제식법이란 절식과 조식을 일컫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먹어서 보하는 음식법만 생각하지 말고 제거하여 조절할 줄 아는 음식법도 취할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여 먹고 마심에 있어 생명을 기르고 돌보는 것이다.〈경산대 부속한방병원 진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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