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의미와 과제

입력 1998-02-26 15:23:00

'국민의 정부'라는 이름으로 25일 공식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떠맡은 숙제중 최선결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지만 이제는 낡아버린 과거의 방식과 결별,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비용과 저효율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경제를 재건해야 한다.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IMF의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이는 또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는 국가단위의 경제체제가사라지고 따라서 정부의 역할도 리더에서 단순한 관리자로 바뀐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접어든지오래다.

그러면서 IMF 신탁통치가 몰고 온 고실업, 고물가, 소득감소라는 국민들의 고통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

올해 우리경제는 성장이 멈추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기업이 쓰러지고 많은 실업자가 생겨난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은 최소5%%에서 최대 7%%까지 치솟고 실업자는 1백20만~1백5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이같은 갑작스런 실업대란은 대규모 사회불만세력을 형성, 신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이 저항에부딪치는 것은 물론 가정경제의 파탄과 범죄의 증가, 개인주의 만연 등 우리사회의 기반과 가치체계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지 위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사회보장제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대기업중심에서 벤처·중소기업중심으로 산업정책을 전환,고용흡수력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벤처·중소기업의 육성을 통한 경제의 내실화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경쟁력을 자랑하는 대만을 통해 잘 증명되고 있다.

우리경제를 거덜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재벌과 금융기관에 대한 수술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취약한 우리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것인 동시에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통의분담에 국민과 근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길이다.

그동안 우리경제는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을 고리로 한 정치권,재벌, 금융기관의 야합이 빚어낸 비효율·비상식으로 곪아왔다. 그 결과 한보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경쟁력이 없는 기업일수록 은행돈을 더 많이 끌어다 쓰는, 한국만의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을 위해 기업경영의 투명성, 상호지급보증 금지, 재무구조개선, 핵심기업의 설정, 대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 확립 등 5개 과제를 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혁을 요구하는 정부와 이를 거부하는 재벌의 싸움은 그동안 재벌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었다.정부가 재벌을 진정으로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이에 따라 제도적인 장치도 미비할 수 밖에없었기 때문이다.

신정부도 이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원칙과 제도를 확고히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그러나 신정부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룩하겠다는 의욕과잉에 빠지는 것을 적극 경계해야 한다. 5년은 수렁에 빠진 우리경제가 완전한 회복단계로 전환되는 데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신정부는 자신의 소임이 김영삼 정부가 내세웠던 것 처럼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갖추는데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鄭敬勳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