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이야기-민물고기

입력 1998-02-24 14:19:00

우리 주변의 하천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이곳에사는 우리 인간들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민물에서 사는 물고기들은바닷물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가까운 다른 하천으로 옮겨가지 못한다. 따라서 한 하천에 갇혀사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과 같은 우리 나라의 하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하천들에서도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하천들은 바다에 의해 갈라져있어 물고기가 서로 왕래할 수 없는데도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있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이것은 아주 오랜 옛날의 빙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설명된다. 빙하기에는 많은 양의 물이 얼음으로 변하였기 때문에 바닷물도 줄어들어 바다의 깊이가 현재보다 많이 얕았다. 그래서 지금은바닷물에 덮인 곳도 육지로 드러나 있었던 곳이 많았다. 그 결과 우리 나라, 중국, 일본의 많은 강들이 하나의 강으로 연결된 때가 있었고 그때 물고기들이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물고기는 이러한 빙하기때의 이동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자발적인 이동은 아니다. 낙동강의 상류인 봉화군 석포면에 가면 태백산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는 백천계곡이 있다. 이곳은 열목어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며 둑중개라는 물고기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열목어와 둑중개는 낙동강의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또 태백산의 북동쪽으로 흘러내려 동해로 들어가는 삼척 오십천에서는 쉬리와 새미라는 물고기를볼 수 있는데 이 두 종류는 동해로 들어가는 다른 하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물고기들이다. 열목어, 둑중개, 쉬리, 새미는 태백산의 서쪽인 남한강의 상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다.그런데 이 물고기들이 어떻게 낙동강이나 삼척 오십천으로 들어가서 살게 된 것일까?이것은 하나의 산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흘러내리는 두 하천에서 대규모의 산사태나 홍수로 경사가 급한 쪽이 무너져내리는 이른바 하천쟁탈이라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이 현상에 의하여 과거언젠가 남한강에 살던 물고기가 낙동강의 상류나 삼척 오십천으로 옮겨가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태백산맥을 경계로 하여 서쪽은 완만하고 동쪽은 경사가 급하므로 동쪽으로의 이동은일어날 수 있어도 그 반대방향으로의 이동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민물고기의 분포는 그 땅의오랜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기도 한다.

채 병 수

〈영남자연생태보존회.어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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