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도 그런 말 하는 거 보니 많이 컸다. 민형사 다시 만나더라도 우리가 그 여자와 카폰으로 통했단 말 입밖에 뻥끗도 하지 말아라. 우리 무조건 그 여자와 전화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거야. 알았지?"
최강호는 경험이 많아서 경찰 앞에서는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었다. 남의 일에는 신경 끈다. 그것이 그의 생활 신조였다. 특히 잘못하면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될지도 모르는 강력 사건에 휘말려들었는데 입은 어쩌자고 놀려대겠는가.
따라서 최강호는 책꽂이에 잘 모셔둔 신차희의 다이어리 얘기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민형사는 그에게 이미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민형사는 그를 보자 대뜸 너 로스케년하고 얌전히 놀아나는 줄 알고 있는데 또 무슨 사고 치고 들어왔어? 그 한마디로 최강호의 인격은 박살이 났을 뿐만 아니라 민형사와의 인간 관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억이 흐른 탓도 있었지만 그후부터 몽타지 전문가가 여자에 인상착의에 관해 물으면 계속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머리는 파마를 했냐. 생머리더냐. 얼굴은 계란형이냐. 똥그랑땡이냐. 눈은 황소더냐. 메기더냐. 미간은 어떤가. 어쩌고 저쩌고 꼬치꼬치 캐물을 때마다 그는 무조건 그래, 맞아요 맞아 맞아 하고 대답해버렸다.
그 결과 여자의 몽타지는 엉뚱한 그림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몽타지가 완성되자 그는 와아! 어쩜그렇게 영낙없지요? 하고 호들갑을 떨어주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민형사가 그에게 여자가 몇살쯤 되어 보였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는 서른 살은 훨씬 넘어보인다고말했고, 키는 짜리몽땅에 숏다리며 옷은 털쉐이터를 입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여자가 예쁘더냐고물었을 때는 아니올씨다라고 말했다.
못생긴 여자가 벤츠 몰면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주제에 돈복이라도 붙어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말입니다. 여자를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퍼뜩 듭디다. 민형사는 그가 말한대로 수첩에 꼼꼼이기록을 했다.
"형은 왜 그딴 식으로 말했어?"
"뭘 말야"
"전에 나한테는 여자가 끝내주게 예쁘다고 말해놓고 형사 앞에서는 여자를 설겆이통에 든 행주만도 못하게 취급했잖아"
"야 임마, 내가 왜 그 짭새한테 그렇게 말했는지 머리 좀 한 번 굴려봐라"
"암튼 우리는 벤츠 좋아했다가 망한 거야"
남형섭은 그들이 차안에서 나누는 얘기를 조형히 귀 담아 듣고 있다가 한마디 거들었다."야, 니들 어쨌든간에 어른 명함 덕에 풀려난줄 알구. 입 조심들 하라구. 그건 그렇다치고, 벤츠임자가 구정동 신승자라는 도박계의 큰손이라는데 니들은 모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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