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라는 화려한 구호로 출발했던 김영삼(金泳三)정부는 이제 닷새 후면 역사의 뒤안길로사라진다. 군사정권의 어두운 역사를 씻어내고 문민의 정통성을 가진 첫 정부였음에도 문민이라는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탈이 많았던 5년이 지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거창하게 역사를 들먹인다면 김영삼정부는 군사정권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문민정권의 첫 발을내디딘 점이나 5.16, 12.12, 5.18 등 역사의 그늘진 곳에까지 빛을 비추었던 점 만으로도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국민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 컸다. 국민이 피부로 느꼈던 고통과 불안감, 그리고 사회적인 무기력과 좌절감에서 비롯된 정부에 대한 불만 등은 역사를 이야기하기 부끄러운 지경으로까지 만들었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들이 모두 김영삼시대에 씨앗이 뿌려진 것들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 이전의 군사정권 아래서 잉태된 갖가지 모순덩어리들이 공교롭게도 김영삼시대에 불거지고터져나온 것이라는 설명이 더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억울한 점도 없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김영삼정부의 국정운영의 실패로 인한 문제도 도를 지나쳤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되돌아보면 지난 김영삼정부 5년간 우리 사회는 어느곳 하나 온전한 데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망가져 버렸다. "지도자 한 사람에 따라 나라가 얼마나 속속들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지를 가르쳐준 5년"이라는 평가는 차기정권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현정권을 격하하기 위한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정권출범 직후인 93년 3월 부산 구포역 열차 탈선 사고에서 부터 시작해 성수대교 붕괴와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사고,삼풍백화점 붕괴, 아시아나 항공기 목포 추락, 대한항공 여객기괌추락사고 등 바다와 강 하늘과 땅 속에서 까지 잇따른 사고로 이 정권은'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또 현직 대통령의 아들에서부터 국회의원과 장관, 교수, 세무공무원 교육계 그리고 의사 변호사판.검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지도층 구석구석을 파고든 부패의 사슬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노출된현상도 국민들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결과를 낳았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금전만능주의에 매몰되게 했고 모든 가치보다 돈이 우선하는 천민자본주의 풍조 덕에 인명 경시의 현상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굳이 '막가파'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막가는 패륜(悖倫)의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이같은 사회적 모순의 누적과 노출로 지난 30년간 계속된 지역간 계층간 차별 현상의 심화는 물론 빈부 계층간의 극명한 갈등구조를 낳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터져 나온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사건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최소한의 신뢰와 국가를 지탱하는 바탕마저 붕괴시키는 부작용을 생산해 냈다.
특히 한보사건과 기아그룹 부도사태는 사회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도 위태위태하게 지탱해 오던 나라를 결정적으로 무너지게 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문민정부 최대의 오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 사건은 나라 전체가 정경유착과 각종 비리구조의 사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했고 국가의 대외신용도 마저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 결국IMF관리체제에들어가게 하는 경제파탄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5년간 나라전체를 파탄으로 몰아 넣은 김영삼정부 5년은 누적돼 온 모순이 한계에 도달한시점에서 지도자의 철학 부재와 무지, 공직자의 무능과 보신주의 그리고 국민들 모두의 "나 하나만 잘되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고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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