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자 만남의 날 행사

입력 1998-02-18 14:29:00

86명 모집에 1천5백명 운집.

17일 대구인력은행에서 열린'구인-구직자 만남의 날'행사는 이제 막 시작되는 실업대란의 예고편과 같은 풍경을 보여줬다. 행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1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1백67평의 공간과 복도-계단을 빼곡이 채웠다. 1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구직행렬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구직자가너무 많아 참가한 21개 업체 가운데 3개 업체는 면접장을 위층으로 옮겨야 할 지경이었다.행사가 시작되자 현재 진행중인 실직과 취업대란의 양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영업-기획관리-무역직 등 13명을 뽑는 (주)대현테크 면접창구에 순식간에 2백여명이 몰렸다. 무역사무직과 CAD, 디자이너 각 1명씩 채용하는 엘시스산업(주)에도 행렬이 길게 늘어졌고 이밖에도 사무직 몇명씩을뽑는 업체들 앞은 구직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구직인파에 놀란 회사측은 일일이 면접볼 엄두도못내고 즉석에서 서류전형을 통해 7명을 선발, 영업직만 우선채용했다. 가장 먼저 취업대란에 빠진 사무직들의 현실이었다.

여직원 2명을 뽑기 위해 참가한 대동신협 직원은 행사가 끝나는 오후5시가 넘도록 면접을 치렀다.무려 1백명이 넘는 고졸 또는 전문대졸 여성들이 몰린 때문. 그는"지난해초 행사때 2명 선발에 50명 정도가 온데 비해 2배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인력들의 취업난이 반영된 것.유일하게 56~62세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수성구 지산동 동서무학맨션 경비직 모집창구. 경비직은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그만둔 50대 이상을 선호하는 거의 유일한 직종. 머리가 희끗희끗한 50여명이 채용인원 3명에 뽑히기 위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너무 높은 경쟁률에 놀란탓인지 이 가운데 22명만 면접을 치렀고 3명이 힘겹게 자리를 얻었다.

반면 생산-기술직 구직자들은 표정부터 달라보였다. 면접창구를 기웃거리며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면접을 보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아예 인력은행 취업공고판에 나붙은 다른 업체들의 모집공고에 관심을 쏟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1천5백여명 가운데 실직상태를 면한 사람은 고작 86명. 하지만 다가올 실업대란에 비하면 그렇게 높은 경쟁률은 아니라는게 인력은행 관계자의 예상. 수십대 일, 수백대 일의취업경쟁이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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