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습지 철새가 사라졌다

입력 1998-02-17 15:34:00

금호강이 굽이쳐 흐르다 낙동강과 만나는 달성습지엔 더 이상 철새가 날아들지 않는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와 달성군 화원읍,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이 맞물려있는 이 지역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범람하는 약 20㎢의 넓이로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 쇠백로, 왜가리등 각종 철새가날아들던 곳. 그러나 모래 채취, 비닐 하우스 설치, 인근 공단과 주거지역 조성등으로 생태계가 훼손돼 2~3년전까지 2백여마리가 날아들던 흑두루미가 올 겨울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달성습지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화원동산 전망대에 서면 파괴된 생태계의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바로 아래쪽에는 대구 도심하천인 진천천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시커멓게 흐르고 있다. 진천천은 최근 복개가 완료되고 있어 이 곳에서 나오는 물은 더욱 오염이 심해질 전망이다. 그보다 상류의 물은 검은 색이 엷어지고 더 위쪽은 녹색을 띠고 있어 강물이 삼색이다.

강 가운데 형성된 배후습지는 모래 채취로 모습이 흉하게 망가졌다. 위는 통통하고 밑은 날렵한고구마처럼 생긴 이 배후습지는 좌측 하반부가 베어먹은 사과처럼 움푹 들어가버렸다. 이 곳에 있는 모래를 집중적으로 캐다 보니 마치 바닷가의 만(灣)처럼 된 셈이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나무가 적어 경계심이 강한 새들이 살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였으나 지금은 없어져버렸다. 그아랫부분에는 모래가 아예 거덜나 공사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흙과 자갈로 매립한 땅이 가로로 길게 늘어져 있다.

강 좌측에는 거대한 비닐하우스 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 지역 농민들이 수익이 떨어지는 논, 밭농사 대신 특산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설치한 비닐 하우스는 제방 안쪽에서부터 평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드넓은 평야처럼 펼쳐져 있다. 이 비닐은 햇빛을 반사시켜 시신경이 아릴 정도인데 새들에게도 비닐하우스의 반사된 빛은 서식처를 옮기게 하는 요인이 된다.

왼쪽 제방에는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관리초소가 덩그러니 서 있다. 정작 새들에게 중요한 서식공간은 마구 파괴되는데도 수렵을 감시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환경보호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다.

강 오른쪽에는 풀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 공간이야말로 철새들을 다시 불러들일수 희망이기도하다. 철새들은 먹이가 있어야 날아드나 비닐하우스 농사로 먹이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 지역에 보리, 밀등을 재배, 새 먹이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 하다. 이 곳에서 간간이 새 모이주기 행사가 열리나 일과성에 그칠 뿐이어서 항상 먹이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회장은 "달성습지는 회복이 힘들 정도로 많이 파괴되었으나 지금부터라도 모래채취를 금지하고 새 먹이를 풍부하게 해 예전 모습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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