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정책의 기조 신중하게

입력 1998-02-13 00:00:00

정권인수위가 밝힌 1백대과제(課題)중 유독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신정부가 취할 대북정책에관한 것이다. 남북통일을 향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겠고, 대북정책의 밑그림도 통일을상정(想定)한 것이 분명하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새정부가 추진할 대북정책은 대체로 이산가족 중 고령자의 방북신고제.북한방송청취허용등이 골간을 이루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이산가족면회소를 판문점에 설치하자고 주장한 정치인이 안보차원에서 혹독하게 다뤄진 적도 있지만, 모든정책이 그러하듯 대북정책도 시의(時宜)에 맞아야 한다.고령 이산가족이 신고만 하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또 북한 방송을 자유롭게 청취하도록 한다는 것도 우리체제의 우월성을 세계에 다시 한번 과시할 수 있는 호기(好期)도 될 수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외교의 기본이랄 수 있는 상호주의원칙에따르더라도, 북의 평화액션이 전혀없는데 우리쪽에서 이런저런 유화제스처를 쓴다고 해서 한반도긴장완화와 민족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론 신정부는 장기적인 정책과제일뿐이라고 설명하겠지만, 대북정책만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신정부에 참여할 인사중에 대북관계를 다룰 인사가 비둘기파냐 아니냐 하는 단순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강경.온건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기조(基調)가 중요한 것이다.

중국을 방문, 그나라 최고지도자를 만난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6개국 선언'을 제의한 것도, 우리 외무부관계자.외교전문가등과 숙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실현성도 의문시 되고있는 터에 진보적 대북정책의 윤곽을 밝힌 것은 너무 서둔다는 인상을 준다.외교.통일정책등이 취지와 내용이 옳은 것일지라도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이라야 한다.정부의 허가를 받지않고 북한을 다녀온 인사가 일정한 기간 수감생활을 하고나면 영웅시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보아 온 국민들은 정책의 기조(基調)없이 한건주의식 대북관계 개선안을 내놓을까 조마조마해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동족간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장차는 통일을 이룩해야한다는 민족적 과제를 정권의 치적용으로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정치풍토는 언젠가부터 북의 통치자를 조건없이 만나겠다는 등의 대북선언을 거창한 것으로 여겨왔다. 이산가족방북도 좋고 북한방송청취도 좋지만 북의 평화기여 의지등 제반 여건을 신중히 검토한후에 실현해도 늦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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