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승적 차원의 노동운동을

입력 1998-02-13 00:00:00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가 가까스로 도출해낸 합의를 깨고 "재협상에 들어가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투쟁을 선언하자 외국 금융기관과 언론은 한국에 대한 신뢰성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IMF는 제2의 환란(換亂)을 경고하고 나섰으며 환율과 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섰고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시 찾아오기 시작하던 외국투자가들이 발길을 되돌리고 있고 외채 조기 상환이 다시 거론, 또 다른 환란을 예감케 하고 있다. 다행히 민노총이 이성을 잃지 않고 빗발치는 여론을 의식,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파업을 철회키로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민노총은 앞으로도정리해고 법제화 철회와 재벌 개혁이 단행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못박고 있으니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봐야한다.

근로자 생존권 보장이 지상과제인 민노총이 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해 배수진을 치고 나서는 심경이야 이해 못할바 아니지만 지금같은 위기 국면에 일전불사(一戰不辭)를 고수하고 나서는 자세가걱정스럽기만 하다.

우리는 이미 지난 몇달간의 환란기(換亂期)동안 IMF와 외국 금융기관및 투자가들이 한국의 노동시장 여건이 불안하다고 걸핏하면 투정을 하는 것을 경험한바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이 다시 분란을 불러일으키면 그 결과는 비참한 것이 될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민노총이 비록 파업을 철회했다고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투쟁을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외국투자가들의 눈에 여전히 불안하게 보일 것은 분명하다. 그런만큼 어떻게든 지금의 난국을 극복키 위해서 민노총이 자제력을 발휘해줄 것을 다시한번 당부한다.

지금 우리는 IMF와 합의한 사항들을 준수해야 추가지원을 받아 경제회복을 할 수있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여야가 손발을 맞추지 못한채 IMF체제를 강력히 뒷받침할 수 있는개혁입법을 표류시키고 있다. 게다가 3월 경제 대란설(大亂說)마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4백억달러에 이르는 기업 단기외채의 3월말 상환 압박에다 원자재 재고부족에서 비롯된 산업활동마비, 중장기 외채중도상환요구 등으로 경제는 다시 빈사지경에 이르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민노총까지 가세해서 판을 깬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민노총은 좀더 대승적 차원에서 노동운동을 한번 더 검토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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