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극심한 대구시 동구 신암4동 동대구역 육교밑에 비둘기와 참새들이 둥지를 틀었다.이들에게 매일 먹이를 주며 돌봐주는 노총각아저씨가 있기 때문이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구두를 닦는 경력 10년의 박재호씨(39·동구 신암3동). 박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광장 주위를 맴도는 비둘기 2~3마리에게 모이를 주기 시작했다.매일 오후 1시만 지나면 어김없이 모이를 받아먹게된 비둘기들은 한두달새 동료들을 불러모으기시작, 현재 50여마리로 늘어났다.
이웃집 참새 한쌍도 지난해초부터 가세, 그동안 새끼를 낳아 8마리 한가족이 박씨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박씨는 당초 과자부스러기만 던져 주다 이들의 식성을 고려, 요즘엔 칠성시장에서 구입한 옥수수와 쌀을 골고루 섞어주고 있다.
참새와 비둘기들은 박씨를 알아본다. 모이가 부족하면 '꾹꾹'·'짹짹'거리며 박씨가 일하는 구두센터 안으로 날아든다. 박씨의 얼굴을 부벼대기도 하고 손바닥을 쫓기도 한다.
박씨가 가장 가슴아픈 일은 밤눈이 어두운 비둘기들이 종종 역대합실 유리문이나 공중전화 부스에 부닥쳐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는 것. 박씨는 다치거나 야윈 참새·비둘기에게 모이를 직접 입안으로 넣어주는 등 특별한 애정을 갖고 보살핀다. 또 일부 시민들이 참새 등에게 해코지를 하거나잡아가려고 하면 크게 꾸짖어 보낸다.
참새·비둘기들은 오후 내내 박씨의 구두센터와 역대합실을 맴돌며 하루를 보낸 뒤 오후 6시가넘어서야 동대구육교 밑의 둥지로 되돌아간다. 참새와 비둘기는 내일도 어김없이 박씨가 출근하는오후에 구두센터를 찾을 것이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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