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참사 희생자 가족, 눈물로 빈자리 채워

입력 1998-02-12 15:21:00

'오늘 같은날 너희들이 이자리에 있었다면…'12일 낮 12시. 48회 졸업식이 열린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영남 중학교. 여느 졸업식과 다를바 없이 교내는 졸업생과 학부모들로 북적댔다.하지만 한 곳에선 축하를 받아야할 주인공은 없이 눈물로 빈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었다.'제 3회 영혼 졸업식'. 3년전인 95년 4월. 온 국민을 비통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상인동 가스 폭발참사로 숨진 영남 중학교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장.

물론 이날 명예 졸업장은 사고 당시 이 학교 1학년 이였던 이상화(14)군등 11명을 대신해 그 가족들이 받았다.

"이젠 영혼 졸업식도 마지막 입니다. 사고 이후 졸업식을 치를 때마다 죄인이 된 듯한 기분에 몹시 가슴이 아팠는데…" 40대의 한 교사는 "며칠전 방송에서 가스 참사의 진실이 은폐됐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제대로 잠을 잘수 없었다"며 "이땅에서 다시는 이러한 졸업식이 없어야 될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졸업식이 끝난후 희생학생 가족들과 교사들은 각계에서 보내온 성금으로 학교안에 세워진 '4·28기념관'을 둘러봤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기념관의 1층은 희생 학생들의 사진과 추모문집등이 전시돼 있으며 2, 3층은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념관을 둘러본 가족들은 학교 뒤편 본리공원에 마련된 4·28 위령탑을 찾아 참았던 절규를 쏟아 냈다. '성호야… 상화야…'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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