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산다우(10)-빈둥우리 가정

입력 1998-02-11 14:35:00

전통적으로 가정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가족관념이 강한 중국사람들이지만 개혁개방의 가속화와경제발전에 따라 이전에는 보기힘들었던 새로운 현상이 80년대이후 나타나고 있다.서구의 자유로운 물결이 밀려들면서 요즘 중국의 청년부부들, 지식인 부부들을 중심으로 서서히번져가는, '뿌위펑(不育風: 아이를 낳지않는 유행추세)'도 그러한 현상중의 하나이다. 이에따라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쿵차오쟈팅(空巢家庭)'. 서구의 '딩크(dink)'족에서 음을 따 '띵커쟈팅(丁克家庭)'이라고도 한다.

'빈 둥우리가정'을 뜻하는 이 말은 결혼한 부부가 두사람만의 자유로운 삶을 지향, 자식을 낳지않은채 사는 가정을 의미한다. 대개 부부 모두 직업을 갖고 있고 30대층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1994년 실시한 관련통계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의 쿵차오쟈팅은 이미 1백만가구를 넘어섰고그중 70%%가 간부급 및 지식인들로 나타났다. 이같은 의도적인 무자녀가정은 불과 수십년전만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현상이다.

과거의 중국인에겐 '자식이 많아야 복도 많다(多子多福)', '자식을 통해 대를 잇는다(傳宗接代)' 등의 전통적 자녀관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조상의 업을 계승하지 못함(不繼祖業)', '부모를 잘 모시지 못함(不孝敬父母)', '자식을 낳지못함(不生育子嗣)', 이 세가지를 불효로 꼽았는데 특히 자식못낳은 것을 가장 큰 불효로 쳤다(不孝有三 無後爲大). 따라서 자식을 낳지못한 여자는 가족.친지들로부터 온갖 수모와 학대를 겪어야했고 심지어는 남편이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일곱가지 규정에해당돼 가문에서 영영 내쫓기기도 했다.

이처럼 엄격했던 전통적 자녀관이 최근 중국 도시지역의 지식인가정을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를보이고 있다. '결혼하면 반드시 자식을 두어야 한다'에서 '가정을 갖되 자식은 필요없다'로 바뀌고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부 두사람만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중국가정의 탈전통경향을 보여주는 엄청난 변화이다.

이들 중국판 딩크족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책임회피다'라는 일부사람들의 비난에 대해 '자식을가져선 뭘하나? 낳아서 기르느라 노심초사하다 어느날 돌아보면 자신은 이미 힘없는 노인이 돼버리기 일쑤이다. 자식은 인생의 족쇄나 마찬가지다'라고 맞선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생원의 외사처 직원인 쑨리(孫麗.39)는 결혼12년째의 기혼여성. 여군출신으로양갈래 땋은 머리에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사업가인 남편과의 사이가 무척 좋은데도 아이가없다. 불임은 아니고 단지 결혼초부터 남편과 합의해 자녀를 두지않기로 했단다. "애가 있으면 기쁜 일도 많겠지만 괴로운 일, 귀찮은 일도 너무 많다. 나는 일생을 자식걱정으로 전전긍긍하기는싫다. 가족이 단촐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패션이나 미용, 피아노 등의 취미생활도 마음껏 즐길수 있어 좋다. 자식 안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결혼 21년째인 자신의 오빠와 그녀보다 두살아래인 남동생도 모두 자식을 두지 않고 부부끼리만 살고 있다고 말했다.〈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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