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대책 왜 나왔나

입력 1998-02-09 15:29:00

정부가 마련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금리를 해소하고 종금사의 폐쇄에 따른 기업 자금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에게 CP시장을 개방하고 CP의 취급기관을 확대하는데초점이 맞춰져 있다.

▲CP시장 개방 및 취급기관 확대=종금사의 폐지에 따른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조치이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종금사 및 증권사의 CP 할인 잔액은 90조9천8백98억원이었으나 종금사 폐쇄의 여파로 지난달말에는 83조70억원으로 7조9천8백28억원이 줄었다.

이같은 기업자금 조달 창구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50조2천억원 규모인 CP, 상업어음, 무역어음 시장을 16일부터 전면 개방하는 한편 CP매입기관을 확대, 은행 고유계정과 투신사 등에 대해서도 CP할인 업무를 허용하고 증권사에 대해서는 취급할 수 있는 CP최저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 인수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신종적립신탁의 폐지=시중금리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자금이 실적배당부.고금리 금융상품으로 몰리면서 금리경쟁력이 낮은 장기상품이나 확정금리형 상품의 수신고는 감소하는 등 금융권의자금 편재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간 고금리상품 경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재경원은 단기.고금리상품의 대표격인 은행의 신종적립신탁을 장기상품화해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신종적립신탁은 지난해 12월15일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허용됐던단기 고수익 신탁상품으로 그동안 금융권간 고금리 경쟁을 부추겨온 주 원인으로 지적돼왔다.이번 조치로 신종적립상품, 투신사의 MMF(마니마켓펀드) 등 실적배당 고금리상품의 금리가 현행20~24%%에서 16~18%%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만기 3년미만 회사채의 발행 허용=현재와 같은 고금리상태에서 대기업들이 3년 이상의 확정금리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향후 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만기 상환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부담을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불안한 금융시장과 기업의 연쇄도산 우려 때문에 회사채보증기관(은행, 보험사) 등이 3년이상의 회사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을 꺼려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애로를 겪고 있다.그러나 현재 대기업들은 만기 3년 이하의 회사채는 발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대기업이 1년 이상 3년 미만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3년 이상 장기발행에 따른 금리부담도 낮추고 보증기관의 보증도 원활히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대책들은 금리안정을 위한 응급대책에 가깝다. CP시장에 외화자금이 유입되고 신종적립신탁의 폐지로 여기에 몰렸던 자금들이 다른 금융상품으로 분산되면 어느정도의 금리 인하효과는있을 것으로 재경원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금융권간 고금리 경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금리가 완전히 안정국면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鄭敬勳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