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구미중앙시장 터줏대감 김익자씨

입력 1998-02-09 00:00:00

구미 중앙시장에서 35년동안 국화빵을 구워 팔며 시장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김익자씨(55·구미시 원평3동).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국화빵틀이 아닐까 생각하는 김씨는 "이놈 덕분에 남편없이도 5남매를 가르치고 출가시키게 됐다"며 빵틀을 애지중지한다.

인근의 다른 풀빵장사들이 붕어빵이나 호떡을 구워 팔 때도 김씨는 중앙시장 한복판 노점에서 오로지 국화빵만을 고집스레 팔아왔다. 장날마다 국화빵을 구워팔던 시어머니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일찍 죽은뒤 다섯자식을 먹여살려야한다는 생각에 억척같이 사느라 이웃상인들로부터 자린고비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김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빼먹지않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시장바닥을 지키며 번 하루 3~4만원의 수입으로 큰딸과 맏아들은 출가시켰으며 막내아들은 대학까지 보냈고10여년전에는 어엿한집칸도 마련했다.

김씨는 국화빵과 함께 살아온 역정을 돌아보며"고생이야말로 다할수 없지만 이장사를 해오며 단한번도 부끄럽게 여기지않았다"고한다.

수중에 들어온 돈은 한푼도 허비하지않는 김씨지만 10여년전 조상대대로 살아온 선기동입구에 다리를 놓을 때 당시로선 적지않은 돈을 희사하기도했고 동네입구를 지키는 초병들에게 라면값을슬쩍 넣어주기도 한다.

"30여년동안 국화빵만 구워팔아온 것을 미련하다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국화빵은 우리 가족을 먹여살린 보배"라는 김씨는 가보로 여기는 국화빵틀을 언젠가는 자기보다 못한 이웃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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