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병을 겁내지 말자

입력 1998-02-06 14:31:00

환자를 대하다 보면 많은 환자가 겁에 질려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와사풍 또는안면신경마비라 하여 흔히 입이 옆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입모양. 비뚤어져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왔다가 설명을 듣고 역시 담담하게 받아들이며가는 사람은 평균 치료 기간인 한달 이내에 잘 낫는다. 반면에 병원에 들어설때부터 얼굴을 가리고 실망과 초조의 빛이 역력하다가 병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줘도 불안을 못 떨치고, 치료 중에 "아직 차도가 없는데 이러다 영영 굳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매일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오는사람은 대개 치료 기간이 좀 긴 경우가 많다.

사람은 본래부터 병들어가며 살게 되어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자연과 더불어 순행하다 거기에역행할 때 병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이 나면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찾아주의하기만 하면 금새 또는 서서히 병이 낫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 치료인 것이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매일 매스컴에서 얻게되는 무시무시한 의학정보에 주눅이 든다. 정보의 부정적 작용이라 할까! 너나 할 것 없이 몸이 좀 이상하면 차분히 원인을 찾을 생각은 하지않고 당장 '무슨 병 아닐까?'하며 겁부터먹고 걱정에 사로잡히는 환자를 많이 본다.우리 몸에는 약 만드는 재료, 공장, 기술자 모두 다 가지고 있다.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치료하지 않아도 웬만한 감기 같은 것은 하룻밤 푹 자면 거뜬하지 않는가? 또한 상처가 있었던 자리도시간이 지나면 말끔히 낫지 않는가? 이렇듯 우리 몸은 자연에서 부여받은 자가면역기능과 치유능력에 의해 완성과 온전함을 스스로 추구해 나가고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작은 자연인 것이다.집을 짓는데 건축자재도 구비되고 일꾼들도 열심인데 집주인이 격려는 못해 줄 망정 잦은 간섭을해대면 주인 등쌀에 일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환자가 불안과 걱정에 사로 잡혀산다면 나을 병도 더뎌지고 악화되기쉽다. 그러므로 이미 닥친 병을 이겨내려는 용기는 못낼 망정겁을 먹고 너무 염려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병을 치료하는데 방해요소가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경산대 부속한방병원 진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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