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의원감축 회의론 제기

입력 1998-02-05 00:00:00

국민회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이번만은 '근본적인' 정치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나 각오에 비해 개념정립이 아직 초보단계여서 앞으로 많은 논란과 혼선이 예상된다.

정치구조조정 작업이 정치권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분명한 방향감각을 갖고 추진되기보다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사회 다른 분야의 감량·감축 분위기에 쫓기다시피 착수된 감이 없지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4일 국민회의 지도위 회의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개혁성향의 임채정(林采正)의원은 불합리한 부분은 당연히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제로, "정치권 개혁이 구체적인 성찰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중구난방식으로 거론되는 각종 의원 정수 대폭 감축안과 선거구제도 변경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임의원의 말은 그동안 국회의 문제점은 의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데 있는만큼 국회의 구조조정은 의원들의 의정활동 질을 높이고 의회 본연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IMF영향때문에 '경제적 효율성'문제와 얽혀 혼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임의원은 "인구 4천5백만명에 단원제인 나라에서 국회의원 2백99명이 과연 많은 숫자인지, 어떠한 기준에 따라 많은지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사회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무조건 감축으로 방향을 잡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임의원과 노무현(盧武鉉) 신낙균(申樂均)부총재, 이협(李協)당연수원장등도 '객관적인 검토' 선행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단순비용 측면에서 의원정수를 줄일 때 농어촌의 지역대표성 약화, 지구당 폐지때 사조직 번성에 따른 폐단 가능성, 중대선거구로 전환시 선거비용이 더 들 가능성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의원 정수 감축이나 지구당 폐지, 또는 중대선거구로의 전환시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는종래의 정치·선거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거나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지적이 반드시 옳지않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정치권구조조정 작업은 이들 의원이 지적한 문제들에 대한 검토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어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주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더라도 상당기간은 '과연 정치권구조조정이란 무엇이냐'는 개념정립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개혁안 논의단계에 들어가도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많다.

지방선거는 당장 올 6월에 실시돼 개혁안 마련이 촉박한 데 비해 국회의원 선거는 2년후에나 실시되게 돼 있어 같은 속도로 논의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지방의원정수와 선거구는 국회의원 정수및 선거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국회의원 선거문제를 뒤로 물릴 수만도 없게 돼 있다.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은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합의사항인 2년후 내각제 개헌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정치구조조정 논의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문제는 3월말까지 개혁의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입법은 추후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민회의는 정치구조조정 작업완료 시한을 3월말로 정해 추진할 예정이어서 지방선거 공천이나 전당대회등 각종 정치일정도 그에 맞춰 순연되거나 앞당겨지는 등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등의 후보공천을 위한 경선은 새 지방선거제도가 확정된후인 4월로미뤄질 수밖에 없는데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공천을 위한 경선도 함께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정치구조조정 작업을 이유로 지방선거를 한달 늦춘 데다, 후보를 너무 조기에 결정할 경우 선거비용의 추가, 더 나은 후보감 선출 가능성 봉쇄등의 문제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기때문이다.

국민회의는 또 그동안 당기구개편을 하더라도 당헌 개정이 필요없는 수준에서 한다는 방침이어서지방선거전 전당대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었지만 정치구조조정을 통해 지구당 폐지등이 실제로 입법화 할 경우 당헌 개정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당 일각에선 그렇더라도 우선 당무위나 중앙위 의결로 시행하고 지방선거후 전당대회에서 추인받거나, 지방선거전 전당대회에선 지도체제 개편없이 순수히 구조조정에 따른 당헌 개정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