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살았던 두메 산골은 워낙 외진 데라 인근에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오고 길이 닦인 곳이다.
고향 생각을 하면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봄이면 냇가에서 가재를 잡고, 뒷산에올라 한나절을 입술이 붉어지도록 참꽃 따먹으며 산을 헤매던 일. 목화송이를 주워와서 어머니께옷을 지어 달라고 조르던 일 등.
어느 봄날 동갑인 큰집 조카와 함께 부엌에서 몰래 꺼낸 성냥으로 불장난을 하다가 작은 산 하나를 다 태운 적도 있다. 조그마한 나무조각 끝에 불이 붙는 것이 몹시 신기했던 시절이었다. 이른봄에 부는 바람은 어찌나 세차던지 둘이서 신발을 벗어 연신 두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마른 북더기가 수북히 쌓여 있던 잔솔밭으로 번진 불길은 더 기세게 타올랐다.
당황한 나머지 우리는 줄행랑을 쳤다. 집으로 내려 와 헛간에 숨어 있다가 붙들려 호되게 꾸중 들은 후 한동안 성냥이 있는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조그마한 샘이 내려다 보이는 뒤란 감나무 가지에 나뭇단을 딛고 올라가 혼자 매달려 놀 때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가지가 부러지면서 샘 속에 곤두박질친 적이 있다. 마침 밭에 심부름 다녀오던 작은누나가 아니었다면 그때 어떻게 되었을까.
긴 겨울밤 동생과 함께 "한 자루만 더요 한 자루만 더요"하며 아버지로부터 듣던 재미난 옛날 이야기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설날 전후 민족의 대이동을 바라보면서 요즘 어린이들은 먼훗날 어떤 추억들을 마음 한켠에 쟁이며 살아갈까 무척 궁금하다.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뛰놀던 어릴 적의 갖가지 기억들은 때로 곤고한 삶에 새 힘을 불러 일으켜 줄 때가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첨단영상매체에 붙들려 살다시피한다. 이들에게 아버지, 어머니가 겪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구수하게 엮어 들려 준다면 어린 자녀들의 정서 순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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