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기부, 너마저..."

입력 1998-02-03 00:00:00

감사원 특감이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해 10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2차례나 공식 보고했다는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의 발언이 2일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다소 격앙된 분위기다.

안기부장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을 독대하기 때문에 권부장이 그렇게 보고했는지여부는 확인할 수없지만, 당시 관련 부처 및 기관가운데 외환위기가 심각하다는 정도의 보고를 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느냐는 게 청와대측 시각이다.

당시는 이미 외환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청와대와 재경원을 비롯한 관계 부처들이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던 상황인만큼 특정기관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보고한 것 자체는 그다지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외환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 심각하며,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포함한 향후 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곳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 정부의 핵심인사라 할 수 있는 권부장이 그같은 발언을 한데대해 청와대 일부인사들은 '면피성' 발언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은 "당시 그 정도 보고를 안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정부에있는 사람은그 누구나 지금은 면책성 발언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관계자도 "한은총재와 재경원 관리에 이어 권부장까지 자신은 보고를 했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처신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죽은 다음에는 돌팔이 의사도 병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얘기할 수있는 것"이라며 "외환위기가 진행중일 때 그 누가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정확한 처방을 제시한 사람이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측은 그러면서도 감사원 특감이 진행되는등 얼마 있으면 외환위기 관련사실이 다 드러날 것인만큼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부장도 사태가 이처럼 예기치 않던 방향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자 이날 오전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에거 전화를 걸어 "동남아 외환위기 상황을 비롯해 외환위기 상황전반에 대해 일반적인 보고를 한바 있다"고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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