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王朝) 시대 임금의 스캔들은 군왕무치(君王無恥)라는 구실을 붙여 허물로 치지 않았다. 조 선왕조중 가장 여성스캔들이 많았던 임금의 한분인 성종 경우 13세에 등극한뒤 38세로 세상을 떠 날때까지 무려 16남 12녀를 둘 만큼 후궁과 기생을 가까이 했으나 요즘의 탄핵같은 법적제재는 없었다. 아들 연산군 역시 1만명의 궁중기생이나 다름없는 후궁들을 징발하여 거느리면서 이들중 미모가 나은 자를 골라'흥청'이란 호칭으로 불렀는데 나들이를 갈때 뒤따르는 '흥청'의 수가 1천 명이 넘을만큼 방탕하자 훗날 이 '흥청'이 '흥청망청'이란 말을 낳았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요즘 TV드라마 용의 눈물에서도 태종의 스캔들은 중전 민씨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고 있지만 대소신료들은 어느 누구도 왕의 여성편력을 거론하는 장면은 없다.
조선왕조의 상소중에서 신하된 자가 왕의 여자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상소를 올린 예는 헌종12년 에 기생출신으로서 예조참판의 첩으로 들어가 숙부인의 직첩을 받은 15살난 초월(楚月)의 상소가 유일하게 두드러진다.
초월은 평양기생과 외도하는 왕에게 '하나라 걸왕은 미희가 망쳤고 상나라 주왕은 달기가 망쳤고 주나라 유왕은 포사가 망쳤고 여포는 초선이 망쳤고 현종은 양귀비가 망쳤는데 어찌 전하는 비가 오려하면 습기가 먼저 땅에 젖는다고 한말을 듣지 못했사옵니까 부디 허물을 뉘우치고 평양기생 을 멀리하소서'란 상소를 올렸다. 또한 국록을 탐하고 축첩을 일삼는 자신의 남편에 대해서'임금 을 기만한 죄가 크니 삭탈관직하되 시골로 내쳐 10년간 학문을 닦아 새사람이 되는 성은을 내려 달라'고 상소했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지금 클린턴 대통령도 '외도'바람에 우리의 IMF위기못잖은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는 모양이다. 여차하면 탄핵으로까지 번져갈 상황에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지난 4년동 안 클린턴의 '바람끼'를 추적조사하기 위해 조사비용만으로 무려 2천5백만달러(4백25억원)를 쓰고 있다. 단지 현직 대통령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캐내기 위해 수백억원을 쓰고 있는 스캔들 조사 가 과연 얼마나 미국 국익을 위해 필요해선지는 자기들 사정이지만 일단 재미있는 나라의 정치 게임인것만은 분명하다. 많은 국가의 강력한 지도자들이 조용히 한 두명의 숨겨둔 연인을 두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유독 미국은 지도자의 스캔들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끈질기 게 폭로하고 파고든다.
그들의 대통령들이 바람을 피우거나 스캔들을 일으킨 전통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때부터 시 작돼 토마스 제퍼슨, 우드로 윌슨, 외런 하딩, 루즈벨트,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기까지 38명중 14명으로 그 숫자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탄핵이 거론된 것은 이번 클린턴이 처음이 다. 클린턴의 입장으로는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 할지 모르나 위기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바로 힐러리 여사의 태도다. 남편의 여성 스캔들이 끊임없이 연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그녀는 줄기차게 소문을 부정하고 '남편을 믿는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웬만하면 시앗 투기의 감정 표현을 할 만도 한데 백악관 안방에서는 바가지를 긁는지 몰라도 대 외적인 남편옹호태도는 한결같다. 그중 한 여인은 12년간 정부였음을 남편 스스로 시인했음에도 끝까지 남편편에 서는 힐러리는 어쨌거나 돋보인다.
19세기 왕조시대의 15살난 기생출신 숙부인과 20세기 민주국가의 변호사출신 중년 퍼스트레이디 가 남편이나 지도자의 바람끼를 보는 시각이 얼핏 달라 보이는것 같지만 초월의 현숙함과 강인 함, 힐러리의 이해와 인종(忍從) 양쪽 다 '남편 보살피는 마음'이란 점에서 크게 틀리지 않다. '아 내는 영원한 남편의 누님'이라고한 팔만 대장경의 말씀은 동서 고금 공통된 여인의 심리를 깊이 꿰뚫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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