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농세대들 IMF귀농 저울질

입력 1998-01-31 00:00:00

서울서 사는 김규만씨(50)의 고향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상정리. 그는 올 설엔 북새통 귀성대열에 끼지 않아도 됐다. 지난 1월초 15년간 근무했던 현대자동차에서 명예퇴직 하면서 고향에 정착키로 결심, 일찌감치 고향을 찾아왔기 때문.

그는 퇴직금으로 서울서 슈퍼마켓을 해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바꿨다. 힘든농사일을 하는 늙은 아버지(74)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고추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기로 했다.

IMF는 실업 한파를 몰고왔다. 기업마다 주 감원 대상은 김씨와 같은 40~50대 직장인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올 봄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설 귀향과 함께 김씨처럼 고향정착을 저울질하고 있는눈치다. 이른바 'IMF귀농'이 폭증할 조짐. 농업관련 기관들은 각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3월이후 귀농대열에 합류할 사람이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설 연휴동안 만난 중학교 동창생중 상당수가 조만간 고향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어요"권모씨(38.안동시)는 "40.50대 뿐 아니라 30대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라고전했다.

그러나 'IMF귀농'이 쉽지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직원 정모씨(34.울산시)도 그런 사람중 하나. 그는 "예전엔 할 게 없으면 농사나 짓겠다고 했지만 기계화 영농과 특수작물 재배라는 영농환경에 적응하려면 이젠 농업도 자본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사지을 땅과 땀흘리겠다는 농심(農心)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귀향과 귀농의 저울질속에 이젠 농사도 '아무나' 할 수 없게 된 오늘, '아버지'들의고민은 올 설 연휴기간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같다.

〈사회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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