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외채협상 타결 의미·전망

입력 1998-01-30 00:00:00

외환위기 해소의 최대 관건이었던 뉴욕 외채 만기연장 협상은 우리대표단의 예상외의 선방으로결말지어졌다. 빚을 얻어 빚을 갚게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던 당초의 우려를무색케 하는 결과다.

이번 협상에서 당초 JP모건 등 미국계 은행이 제시했던 국제입찰을 통한 금리결정 방식이나 국채를 발행해 외채와 맞교환하는 것 등은 우리측의 주장대로 모두 배제됐고 특히 우리 대표단과 채권은행단이 첨예한 견해차를 보였던 금리수준도 채권은행단이 주장했던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에다 5%% 내외를 더한 수준에서 2.25~2.75%%를 더한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이같은 협상결과를 두고 국내 금융계 뿐만 아니라 뉴욕 월가 현지의 금융계에서도 한국대표단의승리를 인정하고 있다.

외채협상이 이처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된 배경은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합의 등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노력이 채권은행단에 신뢰감을 준데다 인도네시아 등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채권은행단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문제를 조기 타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 직전까지 갔던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넘길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게 됐다.

우선 연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2백40억달러의 단기외채가 모두 1년 이상의 중·장기채로 전환됨으로써 외환위기의 주범이었던 단기채의 비중이 지난해말의 62.2%%에서 30%%대로 대폭 낮아지게됐다. 이는 당장 갚아야 할 빚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단기 유동성 부족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격하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 상태에 있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차입 재개는 물론 차입금리도 대폭 낮출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뉴욕 외채협상이 타결될 경우 신용평가등급을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대외신인도의 회복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차입에 대한 가산금리가 1%% 정도로 낮아지면 싼이자로자금을 빌려 높은 금리로 빌렸던 빚을 갚을 수 있게 돼 외채상환에 큰 도움이 된다.여기에다 서방선진 7개국(G-7) 등이 이번 협상과 연계해 지원키로 한 80억달러도 곧바로 지원될수 있을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의 외환사정은 큰 숨통을 트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1천6백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1천3백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외국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 재개로 그동안 외국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마련됐던 고금리정책도 수정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외채협상의 타결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완전 해소된 것은 결코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번 것이다.

2백50억달러에 달하는 단기 외채의 만기를 내년 3월 이후로 미뤄놓았을 뿐이다. 이를 포함해 우리가 안고 있는 외채는 1천5백억달러에 달한다.

또 금리도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신용등급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우리나라 해외차입의 가산금리는 이번 협상에서결정된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는 앞으로 총외채 1천5백억달러에 대한 이자로 연간 1백30억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이를갚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마다 1백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야 한다. 또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도록 해야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결국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얻어야 하는 만성채무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는 외채해소를 위한 시간은 벌었지만 외기해소는 지금부터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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