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극장가 IMF한파 잠시나마 잊자

입력 1998-01-26 00:00:00

올 설 연휴극장가는 한마디로 '액션물천국'이다. '007네버다이''에이리언4''성룡의 CIA''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치고 받는 액션물로 IMF한파를 넘어보자는 얘기다. 그 와중에 코미디 '미스터 빈'과 우리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러브 러브'가 개봉돼 그나마 선택의 폭은 있는 편이다.

'러브 러브'

2028년 서울을 배경으로 살인청부업자 나나(이지은)와 만화가 조한(안재욱)의 사랑을 그린 영화.빛깔과 이미지, 스토리전개가 기존 우리영화와 차별을 이루는 파격적인 X세대영화다. 모텔에 머물던 킬러 나나는 만화가 조한을 만난다. 조한은 한순간에 나나가 자신이 기다려온 여인이란 직감에그녀를 따른다. 조한은 기억캡슐을 나나에게 먹여 자신의 여인으로 만든다. 23세의 신예 이서군감독의 데뷔작. 그는 '301.302'의 시나리오를 쓴 재주꾼이다. 캐릭터설정과 사건전개가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부자연스럽고 어설프다는 평도 들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에 홀홀 피웠던 사랑을 간직한채 떠나간 시한부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편지'의 신파와 '접속'의 현란한 스타일과 차별화를 이룬 멜러물. 초원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의 가슴에 다림(심은하)이 들어온다. 정원은 이제 죽음을 준비하는 불치병환자이고 다림은 사진관 근처에서 근무하는 주차단속원. 매일 단속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은차츰 정원의 마음을 흔들고…. 담담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것이 감독의 '냉정함'을 느끼게 한다. 너무 담담하다 보니 '편지'식 눈물을 기대한 관객에겐 실망스러울 수도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은 깔끔하다.

'미스터 빈'

명절마다 안방에 선보이던 영국 TV시리즈물 코미디. 올해는 극장판으로 선보인다. 순진한 얼굴에장난기가 철철 흐르는 미스터빈(로완 아킨슨). 그가 이번에는 영국 왕립미술관 직원으로 등장, 미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미국 공항과 미술관 병원등을 오가며 그가 움직이는 곳 마다 아수라장이 된다. 모든 사람이 경악하지만 그만 무감각하다. 서민적인 휴머니티가 짐 캐리로 대변되는 미국 코미디와 격을 달리한다.

'007 네버다이'

생각보다 007시리즈의 팬이 많다. 중세기사적인 첩보원과 첨단 무기의 경연장, 본드걸의 등장등몇가지 포멧을 4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의 두번째 시리즈. 18편의 악역은 히틀러적 망령을 지닌 미디어재벌인 카버. 그는 인공위성과 통신망, 신문, TV를 이용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강대국을 무력화시키고 세계재패하려는 야망에 불탄다.이번에는 아시아 액션스타 양자경을 기용해 아시아 관객 사로잡기에 나섰다. 전형적인 007식 액션물.

'에이리언4'

'에이리언3'에서 용광로속으로의 비장한 투신자살이후 2백년뒤. 과학자들은 행성 퓨리161에서 리플리의 흔적을 찾아내 그녀의 DNA로부터 또하나의 리플리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리플리와 함께퀸 에이리언의 태아도 함께 부활한다. 복제된 리플리는 빠르게 기억을 되찾고 복제과정에서 에이리언의 DNA가 섞여 가공할 신체적 능력까지 갖게된다. 한편 정부는 에이리언을 무기로 사용하기위해 사악한 실험을 계속한다. 곳곳에 배치된 장 피에르 주네감독의 블랙유머가 재밌다.

'성룡의 CIA'

성룡의 동화적 감성과 슬랩스틱 액션은 계속된다. CIA에서 차출된 재키의 특공대팀은 아프리카정글에서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기습해 가공할 위력의 폭약을 압수한다. 그러나 특공대리더인 피터는 심복과 함께 대원들을 살해하고 무기를 빼돌린다. 총격전 과정에서 기억상실증에걸린 재키는 원주민들에게 구출되고. 어느날 그의 존재를 안 피터일당은 그를 처치하기 위해 쳐들어온다. 뉴질랜드와 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는 이번 작품에는 코미디적인 요소를 많이 줄이고 액션에 치중하고 있다.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프로페셔널 킬러인 존 리(주윤발). 미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중국계 마피아대부 미스터웨이의 3가지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미스터웨이의 가시같은 존재인 LA 경찰 스탠의 아들을 살해하라는지시에는 따를수 없다. 그는 과감히 거역하고 마피아 대부의 분노를 산다. 그리고 공문서 위조전문가인 맥 코번(미라 소비노)의 도움으로 가족과 살해위협속에 그들과 사투를 벌인다. 홍콩서 트레이드마크였던 고독한 킬러의 이미지를 계승한 영화. 홍콩에서 5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존우(오우삼)감독이 제작총지휘를 맡고, 쿨리오의 뮤직 비디오 '갱스터 파라다이스'를 연출한 안톤후쿠아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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