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눈사태 생활 권영재씨 일문일답

입력 1998-01-16 14:47:00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15일 오전 설악산 토왕성폭포에서 경북대 산악부원들이 눈사태를 맞아 집단으로매몰된 현장에서극적으로 생존한 권영재씨(26·한양대 대학원생)는 사고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다음은 권씨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사고를 당했습니까.

▲나를 포함해 4명이 14일 오후 토왕성폭포 빙벽을 타고 올라간 뒤 오후 8시40분께 하강해 베이스캠프인 폭포밑 1백50여m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텐트가 설치된 곳에서 불빛이 안보이고 눈으로 뒤덮여 주위를 살피던중 베이스캠프에 남아 있던 후배 정경수씨 등 3명이 비룡폭포쪽에서 올라오면서 '동료2명이 눈에 묻혔다'고 말해 7명이 구조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시간여 가까이 눈을 파헤치며 구조작업을 벌이던중 밤 11시께 또 다시 눈사태가 일어 매몰됐습니다.

-사고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말씀해 주십시요.

▲7명이 서로 떨어져 구조작업을 벌이던중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눈이 쏟아져 내렸으며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기억은 잘나지 않지만 아마 다행히 목부분이 눈밖으로 나와 있는 것 같아 정신없이 살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눈밖으로 빠져 나왔을 때는 15일 오전 5시였으며 일행들의 모습은 눈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모두 매몰된 것으로 알고 1m가 넘게 쌓인 눈길을 뚫고 하산해 오전10시께 비룡폭포이쁜이 휴게소에 도착, 구조대에 사고소식을 알렸습니다.

-지금 심정은 어떻습니까.

▲산악회원중 누구보다도 산에 대해서 잘안다고 자부했는데 구조가 불가능한 여건에서 감정에 치우쳐 무리하게 서둘다 더 큰 희생을 치른것 같아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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