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백만달러어치의 한국산 스카프를 미국시장에 내다 팔아온 뉴욕 맨해튼 ㄱ무역의 박모사장(40)은 한국수출증대에 미약하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요즘 박사장은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그간의 자부심을 접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졌다. 한국의 원화 대비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사업의 앞날이 불투명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민 온지 수년만에어렵사리 스카프업계에 뛰어들어 수출에 한몫을 담당했던 박사장도 한국경제추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론대로라면 환율이 상승할 경우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고 이에따라 국내업체들은 상당한 재미를 보게 된다. 그러나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문제다. 수입에 의존하는 벙커C유가 원료인 스카프의 경우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해 새해부터 수출가격이 30~40%% 올랐다. 이는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짐을 의미한다.미국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며 지난해 1월에서 10월까지의 대미 (對美)수출에서 전년대비13.3%%의 증가율을 보인 섬유류마저도 수출호조를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미국시장내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은 중국이나 멕시코, 대만 등 신흥 경쟁국들에밀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가 지난해 11월 미국현지 80여명의 바이어들을 상대로 한국상품의 경쟁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가격경쟁력이 중국, 멕시코보다 '떨어진다'고 본 응답자는 각각 64%%와 48%%에 달했다. 대만상품에 대한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 역시'낮다'(18%%), '비슷하다'(77%%) 등 열세인 것으로 조사됐고 일본상품에 대해서만 '높다'(64%%), '비슷하다'(27%%)등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 우리상품은 품질경쟁력에 있어서도 경쟁국들보다 뒤처지거나 추격당할 위기에 놓인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상품의 품질을 일본과 비교할 때 '더 낫다'는 4%%, '비슷하다'는 58%%인반면 '떨어진다'가 39%%에 달해 아직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중국·멕시코와의 품질비교에서는 한국의 우위로 평가한 바이어들이 각각 70%%, 66%%로 아직까지는 이들 국가에 비해 고품질로 여겨지고 있으나 점차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우리 상품의 애프터 서비스에 있어서는 중국(56%%), 대만(80%%), 멕시코(48%%)등과 비슷하다는응답이 가장 많아 차별화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일본과의 비교에서는 '비슷하다'(58%%), '떨어진다'(40%%)가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우리상품의 마케팅 노력도 그리 신통치 못하다. 경쟁국들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절반정도를 차지했으나 일본 및 대만에 비교할 경우 '부족하다'는 답변이 각각 34%%, 21%%에 달해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한마디로 우리상품의 경쟁력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상품의 취약한 경쟁력은 수출실적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의 지난해 1~10월중 대미 수출증가율(미국세관통과액 기준)은0.72%%에 그쳐 미국에 대한 10대 수출국 가운데 싱가포르(-1.32%%) 다음의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의 이같은 수출증가율은 미국의 지난해 수입규모가 9.91%%나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크게 부진한 것이다.
지난해 1~10월까지의 미국시장 10대수출국중 전년대비 수출증가율이 가장 컸던 국가는 중국으로22.23%%였고 다음은 멕시코(17.11%%), 영국(12.26%%), 프랑스(10.39%%), 독일(9.95%%), 대만(8.07%%), 캐나다(6.72%%), 일본(5.7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이 크게 높아진중국과 멕시코는 최근 수년간 미국 수출시장 점유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4년 5.84%%에서 97년 7.08%%로 상승했으며 멕시코의 시장 점유율 역시 94년 7.46%%에서 97년 9.80%%로 뛰었다. 반면 한국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5년 3.25%%로 최고조에 달한이후 하향곡선을 그어 지난해에는 2.67%%에 불과했다. 수년 전만 해도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중국과 멕시코등 신흥무역국이 이젠 되레 우리를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지난해 한국의 수출추세를 주요 품목별로 보면 경공업제품수출이 섬유제품의 수출증가에 힘입어전년 대비 3.2%% 늘어난 반면 수출비중이 80%%에 가까운 중화학제품은 수출이 2.5%% 감소했다. 특히 미국 수출비중이 27%%로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세계적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전체 수출고 제고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문제는 올해 수출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의 신용도가추락, 외국바이어들 가운데 한국기업과의 거래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원화평가절하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 또 국가신용도 추락으로 한국기업들이 미국현지의 금융기관을 이용해 자금을 융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마케팅활동마저도제대로 먹혀들지 않아 수출시장 확보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원화환율의 상승에 따른 수출증대의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 94년 이후 매년 두자리수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미국시장주력상품으로 자리를 굳힌컴퓨터업종과 대우자동차의 진출 등에 따른 자동차분야의 수출은 올해 두자리수의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뉴욕·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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