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밉지 사람이 밉겠느냐고들 말하지만 악한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을 가슴속에 지닌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앞산자락 한모퉁이에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무연고 장기수들을 피붙이처럼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창살속에 있는 '자식들'을 위해 16년째 사랑의 덧신을 깁는 '늘봄어머니회'.
지난 82년 남들을 위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며 7명의 할머니들이 마음을 모았다. "세상에서제일 불쌍한 사람을 찾아보자"며 수소문한결과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한 무연고 장기수와 연결됐다. 재호라는 이름의 당시 20세가 채 안됐던 살인범. 부모 친척도, 호적도 없는 그는 교도관들도손못댈 정도의 흉악범이었다. 눈이 섬뜩할 정도로 매서웠던 재호는 할머니들과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눈매가 순해지고 피부색조차 달라져갔다.
이듬해부터 할머니들은 하나 둘씩 늘어나는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덧신을 만들기 시작했다.원래는 김경남할머니(75)가 발의 피부염때문에 무명덧버선을 만들어 신은데서 비롯됐다. 빨강, 초록, 노랑 등 화사한 색깔의 천을 누비고 색동테두리를 단 사랑의 덧신은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어났고 외국으로 선물보내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까지 소문이 났다.할머니들이 지금까지 거두고 있는 자식은 모두 20명.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손을 잠시도가만두지 못하며 안절부절하던 아이(그들은 모두 아이라고 부른다)는 할머니들과의 만남으로 안정을 되찾았고 상한 이빨때문에 밥을 먹지못하던 아이에겐 이를 해주었으며 십이지장궤양을 앓던아이는 계속 병원약을 타서 갖다 준 할머니들의 정성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처음 독기로 가득찼던 아이들은 어머니를 갖게되면서 차츰 순한 양처럼 변해갔다. "알고보면 심성은 다 착해요. 좋은 가정에서 자랐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애들인데, 불쌍하고 안타까워요"할머니들은 매월 한차례 한사람당 1만원씩 영치금을 넣어주고 월1회씩 맛난 음식들을 준비해가서함께 점심을 먹으며 모자간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또 매주 토요일엔 김경남, 권정인할머니(65)가한글을 가르친다. "처음엔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올때는 얼마나 마음이 기쁘던지..." 한 무기수가 난생처음으로 아내에게 부쳐달라고 부탁한 편지는 어찌나 내용이 절절하던지 할머니 모두가 울었고 한장씩 프린트해서 갖고 있다.
현재 할머니들의 자식들중엔 출감후 가정을 꾸린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대구교도소에 7명, 청송등 지방교도소에 4명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출옥한 자식들을 자주 만날 수 있고 마음편히 덧신을 만들 수 있는 장소를 염원해오던 할머니들은 최근 자그마한 아파트 한채를 구입, 오는 7월 이사할 계획이다.
덧신을 만드는 회원은 현재 12명.아직껏 한명도 그만둔 사람이 없다. 이들의 이웃사랑에 감동한사람들은 준회원, 특별회원으로 이들을 돕고 있다. 돋보기를 쓰고도 바늘꿰기가 제일 힘들다는 할머니들에겐 하나의 소망이 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 일이 계속되기를 원해요"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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