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대학 논술고사 분석

입력 1998-01-13 15:25:00

12일 서울대가 논술고사를 치름에 따라 98학년도 입시에서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가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논술고사에서는 제시문을 고전(古典)에서 인용한 대학이 많아 지문을 이해하는데는 약간 까다롭긴 했으나 질문은 오히려 평이해 답안작성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는게 수험생과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문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길어짐으로써 창의성과 논리성 등 글쓰기 능력과함께 읽기 능력도 채점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논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부분 대학이 동서고금을 망라한 글에서 지문을 제시한 뒤 이를 현실과 결부시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 등을 제시하라는유형이 많아 시사성이 가미됐다는 점.

이는 지난해 11월 서울지역 12개대의 '올해 논술시험은 동서고금의 고전을 바탕으로 출제한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고려대 논술 출제위원장 전성기교수(불문학)는 고전에서 터득한 지식을 오늘의 관점에서 응용,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 말했다.

서울대는 조지 오웰의 우화소설 '동물농장' 중 농장 지배자인 '나폴레옹'이 충직한늙은 말 '복서'의 죽음을 이용, 다른 동물들을 속여 독재체제를 강화한다는 대목을지문으로 제시한 뒤 이 글이 암시하는 인간사회의 여러 문제점과 '복서'의 죽음에대한 각자의 견해를 논술하라 는 문제를 계열 구분없이 냈다.

연세대 인문계는 조선후기 실학파 이익의 '성호사설', 박제가의 '북학의', 그리고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 등 3곳에서 뽑은 글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이를 IMF사태와연결해 서술토록 했고 자연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현대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물었다.

고려대 인문계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예시문으로 주고 국제규제의 정당성에 대한 견해를 국제금융.핵확산.환경.인권 등 구체적 사안을 들어 논술하라 했고 자연계는 정약용의 '밀물과 썰물에 대하여'를 지문으로사용했다.

서강대 인문계와 이화여대 인문계는 나란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지문을 뽑았고 이화여대 자연계는 화이트 헤드의 '과학과 근대세계'를제시문으로 채택했다.

대성학원 이영덕평가관리실장은 내년 논술고사도 같은 경향으로 출제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예비 수험생들은 논리적 표현능력, 고전 등 자료의 분석능력, 그리고이를 현실문제에 적용시키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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