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이야기-부익부 빈익빈

입력 1998-01-13 14:13:00

식물학자 요다의 관찰결과는 식물세계에서도 '지나침은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다'라는 말이 적용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에 어린 콩 천 개를 뿌렸을 경우 거의 대부분 잘 자랐으나 석달이 지난후 다시 조사해 보니 천 개를 뿌린 곳이 이백개나 삼백개를 뿌린 곳보다 살아남은 개체수가 적었다고 한다. 밀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밀도가 적당한 때보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수가 더적어지는 것이다.

이 관찰결과에서 엿볼수 있는 더 중요한 현상은 식물세계의 '자기 솎음'이다. '자기 솎음'이란 어떤 제한된 공간에 수용될 수 있는 개체 수를 제외한 나머지 개체들이 도태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어린 소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숲과 큰 소나무들만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는 숲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 소나무 숲의 소나무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키에 생김새도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중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지를 뻗고 뿌리를 내린 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동료들에 비해 점점 더 많은 햇빛과 물과 양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옆에 있던 동료들은 햇빛도 물도 양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게 돼 왜소한 상태로 살아나가다 결국은 죽어버린다.

동물세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아겔레놉시스라는 사막거미는 영토권(일정한 넓이의 지역을 차지하고 이를 방어함)을 철저히 행사한다. 이 거미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의 크기는 먹이얻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 즉 먹이를 얻기 위해 가장 넓게 돌아다녀야 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아무리 먹이가 풍부한 시기라 하더라도 각 개체가 차지하는 면적때문에 이 거미 개체군의 밀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자신의 영토를 갖지 못한 거미들은 대부분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점차 쇠약해져 결국 번식하지도 못한 채 굶어죽게 된다. 물론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거미일수록 건강하게 생존번식할 확률도 높다.

생물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같은 자기들끼리의 경쟁과 이로 인한 기득권자와 소외자간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개체군 밀도가 높을수록 심하게 일어난다. 사람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지금 도시는 참으로 비좁다. 그래도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계속 모여 든다. 그리고 자식들을 낳고 또 낳는다. 이 상황에서 소수의 기득권자들은 그 영향력을 발휘하여 많은 혜택을 누리고 소외자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류승원(영남자연생태보존회.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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