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멘 외교관 가족의 피랍

입력 1998-01-07 14:51:00

예멘주재 한국대사관 허진 영사(36)의 부인 유상옥씨(35)와 딸 허규원양(3) 및 현지에서 자동차 중개상을 하는 교민사업가등 3명이 5일 저녁 예멘 수도 사나에서 무장한 소수 부족원들에 납치되는사고가 일어났다. 이들 일행은 이날 과일을 사기위해 시내 중심가에 나와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정차하는 순간 총을 든 괴한이 차에 침입, 납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확인해준 서방 외교관들에 따르면 북한요원들에 의한 납치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외교루트를 통한 적절한 협상을벌인다면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석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 가족을 납치한 납치범들은 예멘의 소수 부족인 하다족으로 이들은 지난해 13세 하다족 소년을 강간한 범인 3명에 대한 처형압력을 예멘 정부에 넣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납치범들의 주장에 따르면 하다족 소년 강간범들은 모두 4명인데 이중 주범 1명만지난달 공개처형됐을뿐 나머지 공범 3명은 5~10년 징역형과 아울러 1백대의 태형이 선고된데 불만을 품고 납치극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들 하다족 납치범들은 지난해 10월에도 강간범들의 공개처형을 요구하며 예멘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 외과의사와 부인등을 납치했다가 한달후인 11월 협상끝에 석방해준 전력을 갖고 있다. 예멘은 '납치천국'이란 오명을 들을만치 외국인의 납치가 수시로 자행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30명이상의 외국인들이 불만 품은 소수부족들에 납치됐으나 인명희생은 없었으며 모두 무사히 풀려났었다.

우리나라 외교관들과 해외교민들은 남북분단이란 현실속에 특히 궁지에 몰리고 있는 북한으로부터 납치 또는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으나 이번 사건처럼 북한이 아닌 외국의 소수부족에 의한 납치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지난 86년 2월 레바논에서 발생한 도재승2등서기관의 피랍사건 이후 11년만에 생긴 사건이어서현지 대사관은 물론 외무부 관계자들도 어리둥절하겠지만 현황파악과 함께 석방을 위한 협상준비를 신속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 예멘에는 최근 4년간 외교관을 비롯 사업가.관광객등 1백여명의외국인들이 무장 이슬람단체 또는 소수부족들의 인질로 납치됐으나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었다고한다.

외무부및 현지 대사관은 피랍당사자와 가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용하고 끈기있는 석방교섭을 벌여주기 바란다. 납치사건에 가장 유의해야할 사항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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