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 고용안정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직업이다. 그러나 무경쟁력, 무능, 무소신의애물단지가 돼버린게 오늘의 현실이다.
한 대기업 대구지사장은 공무원들에 대해"한 마디로 원가개념이 없다"고 못박았다. 우선 자신이하는 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 공공서비스가 사회의 생산력을 좌우한다는 단순한 이치조차제대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니 생산성이니, 기술축적이니, 발전이니 하는 말에 관심을 가질 리가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발전은 접어두고 제발 기업 일하는데 방해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청 총무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는 박모씨(33)는"몇달동안 월급받기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기안문 하나 만드는데 하루를 보내는 일이 허다했고 말 한마디 고치느라 이틀이 걸린 적도있다고 했다. 구청장 인사말을 만드는데 첫 머리를'무더운 날씨에'냐'염천지절(炎天之節)에'냐를두고 몇번의 결재를 거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는 것. 그는"볼펜 몇 자루 사는데 도장을 스무개쯤 찍어야 하니 뭐가 되겠느냐"고 씁쓸해했다.
이런 행정의 비효율은 시대에 맞지 않는 계층구조로 인해 심각성을 더한다. 지방조직의 경우 시.도-구.군-읍.면.동 3단계로 세분화돼 있으나 덩치만 다를 뿐 역할의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교통.생활권이 넓어지고 행정전산화가 촉진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의 조직으로는 효율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행정조직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쉽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권력자와 고위직들이 경영 마인드가 아닌 통치 마인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근년에 행정조직 개편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낸 나라는 뉴질랜드다. 중앙공무원 숫자를 85년 8만5천명에서 95년 3만5천명으로 줄였다. 지방공무원은 18만명에서 4만명 정도로 감축했다. 인력을감축한 분야는 모두 민간으로 위탁했다. 그 결과 교통, 우편, 철도, 항만 등 민간이 맡은 분야의생산성이 20~60%%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전국경제인연합회는"우리나라 공무원숫자를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온 나라가 고용불안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감량경영에 본격 착수하면서실업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도, 기업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과 기업의 세금으로 영위되는 공무원 사회는 여전히 무풍지대다. 생사를 건 사투는 커녕최소한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다.
문희갑 대구시장은 최근 시청 공무원들에게"나라경제가 최악이니 우리도 죽는다는 각오로 일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 마인드 없는 상층부, 원가와 생산성 개념이 구축되지 않은 하층부가 어떤방법으로, 무엇을, 죽을 각오로 해낼지는 미지수다. 행정조직이 먼저'파산선고'를 받아야 한다는비판이 따갑게 일고 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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