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인수 불협화음

입력 1998-01-05 00:0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정권인수 작업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그중 가장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고 외환위기를 다루고 있는 12인비상경제대책회의도 중요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곧바로 청와대비서실로 전환될 당선자비서실도 관련업무를 맡아보고있다.

아직 공개적인 업무 충돌(?)은 없으나 이들 조직들은 서로 차기정부의 마스터플랜 작성에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해 치열한 공(功)다툼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차기 정부 출범이 2개월이나 남은 시점임에도 벌써 세력간 견제는 물론 불협화음마저 노출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들 조직내에서는 이미 "누가 너무 독주한다"거나 "너무 나서기를 좋아해 설익은 내용을 언론에 공표, 큰 일을 그르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한 이달 중순까지 행정개혁위원회와 공무원인사위원회 마저 출범하게 되면 정권인수 작업과 관련된 내용은 그야말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을 넘어선 중구난방(衆口難防)의 단계로 발전할 공산도없지 않다.

각 조직간의 업무충돌 예는 이미 많이 노출됐다. 인수위는 비대위를 향해 "금융, 외환위기를 다룰뿐"이라며 차기 정부의 경제 마스터플랜 작성은 인수위의 업무임을 강조하는 반면, 비대위는 인수위를 향해 "인수위는 실무차원에서 업무를 인수하는데 그치는 것"이라고 서로를 깎아 내리고 있는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비대위가 지난해 말 임시국회에서 금융계의 정리해고제 도입을 일방 추진하려다 낭패를 본 것도 준비 부족과 과잉의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이를 두고 "비대위가 본연의업무인 금융, 외환위기 타개에 좀 더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그러나 비대위는 "국가부도위기상황에서 경제문제 만큼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인수위도 나서기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수위가 얼마전까지 마치 사정기관처럼 비치게 된 것도 인수위원들의 본분을 망각한 과잉의욕 때문이었다. 현정부의 실정과 비리를 파헤치는 비상 사정기관으로 비친데다 김당선자의 경고성 입조심 당부가 있고서야 이런 흐름은 제동이 걸렸다.당선자비서실의 움직임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비서실에서 흘러 나온 이야기만도 공무원 정리해고제 도입, 정무1장관실 폐지 등이다. 그러나 이 말 한 마디로 당사자들 뿐만아니라 다른 조직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명에 더 열을 올려야만 하는 기현상을 맞기도 했다.이처럼 정권인수작업의 비능률 비효율성이 자꾸 노출되다 보니 김당선자 주변에서는"정권인수작업 이전에 관계자들의 업무 분장과 함께 입조심이 더 급한 것 같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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