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기공 근로자들의 회사 살리기

입력 1997-12-31 00:00:00

"우리는 반드시 재기하겠습니다"

포항공단내 철구조물 제작업체인 태성기공. 이 회사 68명의 근로자들은 무인년 새해 4일간으로 예정됐던 연휴도 반납한채 오는 15일 납기예정인 교량박스 제작에 열중이다.

작업장안에서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고가크레인과 콤프레셔의 굉음을 뚫고 분주히 움직이고 다른한켠에서는 관리직 사원들까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주변정리나 공구운반등에 일손을 보탰다.겉으로 보기에는 이 회사가 부도난지 6개월째나 된다는 사실을 짐작키 어려웠다. 지난 수년간 연평균 5백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업계 수위를 달리던 이 회사는 한보철강에 50억원의 납품대금이 물린뒤 은행들이 연달아 채권회수에 나서면서 지난해 6월 연쇄부도를 당했다.잘못된 재벌정책이 결국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떠넘긴채 오늘의 경제위기를 불렀다는 점에서 억울함은 이루 말할수 없었지만 이 회사 근로자들은 좌절하지 않고 즉시 회사살리기에 나섰다.부도직전 3백10명이던 직원들은 회사가 정상화된뒤 다시 만나기로 결의하고 2백40명이 자진해서퇴사했다. 또 남아있는 68명의 직원들은 6개월째 공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기존 수주물량에 대한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회사살리기를 위한 자사주 취득에 나서 현재까지 6천만원을 모았다. 이 운동에는 이미 회사를 떠난 근로자들도 동참,지금도 격려금이 답지하고 있다.

태성기공과 거래를 하던 업체들도 1월하순으로 잡혀있는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명령만 떨어지면거래를 지속하겠다는 약속을 보내와 근로자들의 자구노력에 화답했다.

IMF한파에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위축되고 있으나 '다시 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98년한해가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68명 태성기공 근로자들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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