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왜 돌아오지 않을까

입력 1997-12-30 14:26:00

최근 국제두루미연맹이라는 국제단체가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흑두루미 도래지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고령군 다산면 일대는 낙동강이 C자 모양으로 휘돌아나가는 사행천 습지로 국내 내륙습지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 매년 시베리아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흑두루미 2백~3백마리가 날아와 겨울을 보냈으나 모래채취등으로 서식공간이 부족해지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있다. 이동중에 잠시 머무는 기착지의 역할은 하고 있으나 습지 파괴와 개발이 계속된다면 이마저 위태로울 것으로 우려돼 보호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령군 다산면 일대가 흑두루미들로부터 외면받게 된 것은 농경지 개발, 모래및 골재 채취, 비닐하우스 경작증가등으로 먹이가 부족해져 무리지어 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 공단 조성과 대단위아파트 개발등으로 농경지가 줄어들면서 흑두루미들이 먹이를 구하기 힘들게 됐다. 또 모래와 골재채취 차량과 기계가 오가면서 소음이 심해지고 도로 개설로 환경이 크게 파괴돼 도래지의 역할을 상실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농민들이 특용작물 재배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많이 설치하면서 햇빛을 강렬하게 반사시키게 된 것도 흑두루미를 떠나게 한 원인이 되었다.흑두루미 도래지 보호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시. 전세계 흑두루미 9천여마리중 대부분이 이즈미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1927년 이즈미시에서 지낸 흑두루미수는 4백마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60년후인 지난 87년 6천9백여마리, 92년 8천2백여마리로 늘었다. 이는 이즈미시와 시민들, 그리고 학자들이 합심해 흑두루미 도래지 보호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흑두루미 도래지를 '두루미 공원'으로 지정, 하천 부근의 개발을 억제하고 생태조사등을 통한 서식공간마련, 먹이 제공등 정성을 기울여 이 곳은 흑두루미 천국이 됐다. 인구 5만의 이즈미시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개발을 억제했으나 매년 흑두루미를 보기 위해 50만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수입이 크게 증가, 개발 못지않은 보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즈미시의 흑두루미수는 94년 7천9백여마리, 96년 5천7백여마리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이는 중간 도래지인 고령군 다산면의 환경이 훼손돼 흑두루미가 다른 이동로를 찾아 떠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흑두루미 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개발을 하지 말고 행정기관과 전문가, 지역민들이 함께 보호방안 마련에 나서야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교수는 "현재 행정기관이 흑두루미 도래지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지형 변경이나 서식지 파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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